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가 내년에 대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양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100억원에도 못 미치지만, 박 대표가 공장을 짓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수년전부터 국내 중소·중견 업체까지 완성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엔 아직까지 배터리팩 자동화 양산공장이 없다. 현대차·LG가 대규모의 자동화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자체 수요만 감당한다. 박 대표가 배터리팩 자동화 양산라인 구축을 추진하는 이유다.
박 대표는 “내년에 0.3GWh 규모의 전기차 전용 배터리팩 자동화 라인을 구축한다”며 “공장 구축은 내 의지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배터리 팩을 공급받지 못해 답답해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 중소·중견기업은 LG화학·삼성SDI 등에서 배터리 셀을 받긴 하지만, 전기차에 적용하기 위한 배터리팩 설계·제품화부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은 외주업체를 통해 별도 작업을 거친다. 이 때문에 양산형 배터리팩에 비해 가격이나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수요를 제때 못 맞추거나, 고가다 보니 중국산 배터리팩을 사다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대표는 “0.3GWh는 연간 전기버스 1000대 혹은 전기트럭 6000대 이상을 감당할 만한 규모로 이미 국내 버스제작사인 D사와 중국 B사, H사 등의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박 대표에게 배터리팩 자동화라인 구축을 역으로 제안한 대표기업도 적지 않다. 박 대표가 국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가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오너인 피엠그로우는 2010년 초 배터리 자동교환형 전기버스의 팩과 관련 시스템을 개발해 제품화시켰으며 고·저상 전기버스 대형 배터리팩과 바이모달·전기버스 국가인증(환경부·국토부)을 경험한 국내 유일한 업체다. 또 수명이 다된 전기차 배터리를 규격화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화를 실천하는 것도 이 회사가 유일하다.
이 같은 경험에서 박 대표는 배터리팩과 BMS는 물론, 현장 맞춤형 충전솔루션을 비롯해 배터리 충·방전 상태나 수명 등을 예측 분석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솔루션까지 갖췄다.
박 대표는 “전기차는 테슬라에 사례에서 보듯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설계·제작이 어렵지 않아,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며 “내년 중반에 완공되는 양산라인은 연간 수천데 수준의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중소·중견기업의 수요에 최적화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한국산 배터리로 기존의 배터리팩 가격보다 30~40% 이상 저렴하게 해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