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보험설계사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서 보험 영업 '진성DB'라는 이름으로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정보 비교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다. 고객이 보험 정보 조회나 상품 가입을 위해 검색을 마치면 상담을 유도해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가입 가능성이 높은 고객정보'(일명 진성DB)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진성DB는 설계사 사이에서 이른바 보험 가입 가능성이 있는 고객 정보를 말한다. 해당 앱을 내려 받고 직접 보험 조회나 상담 등을 거친 고객이다. 고객 정보는 온라인 사이트나 홈쇼핑 등을 통해 몰래 거래되는 다른 고객 정보보다 보험 영업 성공 확률이 높다. 가격은 개인정보 건당 1000원대부터 1만원대까지 다양했다. 정액제 형태로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진성DB를 판매하는 한 업자는 “진성DB는 보험 정보 비교 앱을 통해 자신이 정보를 조회하고 1차 상담까지 마친 고객으로, 보험 가입 가능성이 짙은 사람들”이라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DB는 성공률이 낮은데 진성DB는 계약 체결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는 고객 동의를 거치지 않고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행위로, 불법이다. 일반 보험사가 고객 마케팅 동의 등을 거쳐 획득한 정보라 하더라도 상담이 아닌 영업 판매 등에 활용하면 불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DB 거래는 과거부터 빈번했지만 최근 인슈어테크를 비롯해 온라인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설계사가 유입되면서 더 빠르고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 스크래핑 기술만으로 쉽게 보험 정보 비교 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일본처럼 '스크래핑 허가제' 검토까지 제안하고 있다. 검증된 핀테크 및 인슈어테크 기업만 스크래핑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진성DB라는 이름으로 은밀하게 거래되는 고객 정보는 예전에 관심DB, 가능DB 등 다양한 이름으로 거래됐다”면서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설계사가 늘면서 비대면 형태의 온라인 불법 거래가 확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보험 정보 비교 앱을 만드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신용정보원에 있는 보험 기록을 수집해서 조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앱은 스크래핑 기술이 있는 업체와 제휴 또는 계약해서 만들면 된다.
악용 사례가 발생하면서 인슈어테크 기업도 우려도 커졌다. 자칫 활기를 보이고 있는 인슈어테크 시장에 먹구름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보험 플랫폼 회사 보맵 관계자는 “보험 정보 비교만 가능한 단순한 앱이 최근 무분별하게 나오면서 이런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며 “스크래핑 기술 사용 허가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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