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야정협의체 "4차 산업혁명 법안 처리 협력"…상법 개정안 논의엔 기업 우려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정부와 여야가 기업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입법을 추진한다.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 혁신과 4차 산업혁명 법안 처리에 협력한다.

다만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도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자칫 규제 혁신 행보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1차 합의문을 공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 차원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 처리 및 예산 반영 등 모든 방안 강구 △채용 공정 실현과 노사 상생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초당 차원 협력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 혁신 신속 추진 등을 합의문에 담았다.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등에 이어 추가 규제 혁신과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법안 처리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주로 국회에 계류된 4차 산업혁명 관련 법이 해당된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도 논의한다.

이들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법개정안 논의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공정경제 제도 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상법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지배구조 개편 관련 내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국회에 상법개정안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혁신 성장을 강조, 규제 혁신을 강력히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상법개정안 처리에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야는 상법개정안 가운데 여야 이견이 작은 부분에 한해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기술력과 산업 국제경쟁력 발전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자유한국당이 요청한 것이 일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탈원전 정책을 새롭게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서 경쟁력 전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합의문에 '정부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라는 문구가 담겨 기존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부 에너지 정책 점검'을 넣으려는 김성태 원내대표 요구에 에너지전환 정책을 바꿀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아동수당법을 신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또 불법 촬영 유포 행위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강서 PC방 사건과 관련한 후속입법,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초당 차원에서 협력하는 한편 남북국회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한 여건 조성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선거 연령 하향, 비례성 확대 등 선거제도 개혁에도 협력한다.

이날 회동에서 야당은 남북합의서 정부 비준 비판에서부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의 실효성 우려 등 정책 관련 질타를 쏟아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고용 참사나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절규는 거의 비명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정·청 정례회동이 '권력 사유화'로 비춰질 수 있다며 중단시켜 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정당별 관심사도 조금씩 달랐다. 바른미래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최저임금 인상 속도, 평화당과 정의당은 선거구제 개혁 등을 집중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 대해 “첫 출발이 아주 좋았다”면서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은 모이는 걸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석 달 단위로 국정 현안을 매듭지어 가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1시 20분에 시작해 오후 1시 마무리됐으며, 오후 1~2시 오찬을 겸한 회담이 이어져 총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