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2021년까지 홈페이지, 화물, 운항, 전사자원관리(ERP) 등 모든 애플리케이션(앱)과 데이터를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이전한다. 자사 정보기술(IT)시스템 전체를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에 맡긴 것은 대한항공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운영키로 한 것은 데이터센터 노후화 문제 해결이 배경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다른 국내 대기업도 상황이 비슷해 자체 보유 데이터센터를 줄이고 클라우드로 부분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기업 내 클라우드(프라이빗)와 외부 서비스(퍼블릭)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전사 시스템 100%를 외국계 클라우드로 옮기기로 한 것은 대한항공의 파격 결정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전면 전환을 택했다”면서 “클라우드를 활용해 더욱 신속한 맞춤형 효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클라우드업계는 대기업 최초로 전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대한항공 움직임에 클라우드가 본격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업 보유 데이터센터를 모두 없애고 클라우드로 전환한 첫 대형 사례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성공 레퍼런스가 되면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전환을 서두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반면 국내 클라우드 업계 준비가 너무 늦어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클라우드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 우리 안방을 모두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외국계 데이터센터 임대 전문 기업의 급속한 국내 진출로 국내 데이터센터 기업 피해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60% 이상은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을 계기로 시장이 커지는 효과도 있겠지만 외국계 장악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짙다. 어차피 대응과 준비가 늦은 국내 업계가 예견한 상황이다. 줄 것은 주고 배울 것은 배우며, 시장에서 자생력을 길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