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Grab)'에 284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BEV)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투자다. 현대차그룹 외부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해외 판로 확대와 함께 차세대 차량 공유경제 분야에서 주도권 확보까지 함께 노린다.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2억5000만달러(약 2840억원)를 투자한다고 7일 밝혔다. 현대차가 1억7500만달러(1990억원), 기아차가 7500만달러(850억원)를 각각 투입한다. 이에 앞서 올해 1월 현대차가 투자한 25000만달러(284억원)를 합하면 그랩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총 투자액은 2억7500만달러(312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면서 “그랩의 미래 성장성은 물론 전략 파트너십 중요성까지 신중히 검토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현대·기아차는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자사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한다. 동남아 전기차 시장 선점과 함께 고객의 전기차 모델 경험을 강화, 혁신 기업 이미지를 높여 간다는 전략이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남아는 전기차의 신흥 허브가 될 것”이라면서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EV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 파트너사”라고 강조했다.
밍 마 그랩 사장은 “현대차그룹과 전기차 분야의 전략 제휴가 경제성 높은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최상의 접근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협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 전기차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제 도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협력 첫 단계로 내년부터 그랩 드라이버가 현대·기아 전기차를 활용,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싱가포르에서 시작한다. 현대차는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에 공급하고, 이후 기아차도 자사 전기차 모델을 투입시킬 예정이다.
사업 기간에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 만족도 등을 분석해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한다. 이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유지보수를 비롯해 금융 등 전기차에 특화시킨 독자 서비스도 개발하기로 했다.
그랩의 지난해 하루 평균 모빌리티 이용 건수는 약 460만건에 이른다. 선진 시장인 미국의 500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중국 디디, 미국 우버에 이어 글로벌 차량 공유 시장 3위 업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와 협력, 미래 모빌리티 시장 통합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Revv)' △국내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 전문 업체 메쉬코리아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미고(Migo) △중국 라스트 마일 운송 수단 배터리 공유 업체 임모터 △호주의 개인간거래(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 등과 전략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기아차는 국내와 스페인 마드리드에 차량 공유 서비스 '위블(WiBLE)'을 선보였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