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해보험 4개사의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모두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 90%를 웃돈 곳은 KB손해보험이 유일했지만, 한 달 만에 모든 대형 손보사 손해율이 악화됐다. 12월 자동차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
8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손보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일제히 90%를 상회했다.
지난달 기준(가마감) 자동차보험 손해율에서 삼성화재는 90.4%를 기록했다. 86.8%를 기록한 전달 대비 3.6%포인트(P) 악화됐다. 9월 91.0%를 기록하면서 유일하게 90%대를 넘었던 KB손해보험은 지난달 94.5%로 집계돼 손해율 악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어 현대해상은 9월 86.1%에서 10월 93.8%로, DB손해보험은 89.3%에서 92.8%로 각각 7.7%, 3.5%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보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78~80%다. 자동차보험은 사업비율은 10~20%다. 합쳐서 100% 이하가 돼야 적정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대형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90%를 넘으면서 사실상 10% 이상씩 적자를 보면서 장사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손해율 1.0%P당 600억원 규모 손실로 이어진다고 본다. 손보업계가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료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사 보험료는 자율 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보유한 고객의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 상품인 데다가 물가상승률에 직접 반영되는 만큼 금융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해율이 90%를 넘은 만큼 손보사들이 12월께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12월은 자동차 연식변경 등으로 과거 저렴하게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이때를 놓치면 한파 등과 맞물려 손해율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90%를 초과하면서 사실상 적자 상황에 처한 만큼 현실을 반영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이 11월 인상 발표, 12월께 적용 등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5% 안팎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및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등을 고려한 수치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최소 1.8%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금감원 역시 자동차보험료 현실화를 위한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 보험사별 누수 금액이 있는지 재정비하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손해율 상승효과가 나타날 때 나오는 보험사간 보험료 인하 경쟁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율이 악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보험사 주장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다만 금감원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고, 각 보험사들도 현재 운영 중인 사업비를 절감하는 방안과 누수 금액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자동차 상해특약 손해율 개선으로 인한 효과가 발생하자 손보사들이 경쟁적인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나선 것도 이번 사태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미래예측 및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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