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기업 OCI(대표 백우석·이우현)가 신수종 사업으로 항암제 시장에 진출한다. 다음 달까지 최대 500억원을 투입, 적어도 3개 바이오 기업을 인수합병(M&A)한다. 2024년까지 항암 치료 분야에서 매출 1조원을 거두는 한편 제조설비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OCI는 국내외 항암 치료제 분야 3~4개 바이오 기업과 M&A를 논의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태양광 사업이 주력인 OCI는 7월 바이오사업부를 신설,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바이오 기반 약점을 메우기 위해 가능성 높은 기업을 선제 확보하는 전략투자(SI) 모델을 수립했다.
SI 모델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모회사의 유·무형 자원을 투입해서 성장시키는 적극 투자 전략이다. 자금 투입부터 사업 전략 수립, 계열사 간 협업을 도모한다.
최수진 OCI 바이오사업본부장(부사장)은 “대형 M&A로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많은 데다 지분 투자에 그친 기존 오픈 이노베이션은 화학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서 “가능성 있는 초기 바이오 기업을 인수해 자금과 글로벌 네트워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인수 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M&A 논의에 들어간 바이오 기업은 전임상 단계인 초기 바이오 기업이다. 대웅제약, 산업통상자원부 등 민·관 전략 수립 경험이 풍부한 최수진 부사장이 전권을 받았다.
연말까지 적어도 3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영역은 △면역 항암제 △유전자 치료제 △항암 바이러스 △세포독성 치료제 등 모두 항암제다. 투자 부문 일원화와 인수 기업 간 시너지 창출 때문이다. 암 치료 영역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 확장성과 상호 보완성 사업 구조를 만든다.
회사는 이번 M&A에 400억~500억원을 투입한다. 5년 안에 상업화 단계에 이른 의약품은 직접 생산에 나선다.
OCI가 비바이오 업체의 바이오 사업 성공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바이오 사업은 가능성이 짙지만 오랜 연구개발(R&D)과 막대한 자금 투입이 수반된다. 신약은 후보물질의 상업화까지 비율이 1%도 채 안 된다.
OCI의 막대한 자금과 안정된 캐시카우(태양광)는 바이오 사업 투자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전망도 밝다. OCI가 점찍은 항암제 시장은 2013년 960억달러(약 107조5200억원)에서 2022년 2000억 달러(224조원)까지 성장이 예측된다. 여러 항암제가 있지만 실제 약효를 발휘하는 비율은 절반 정도다. 절대 다수에서 효능이 뛰어난 항암제가 없는 만큼 제대로 된 항암제를 개발하면 연 1조원 이상 매출도 가능하다.
지난해 OCI 매출은 3조6316억원, 영업이익은 284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32.7%, 114.7% 증가했다. 특정 사업영역(폴리실리콘), 국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데다 낮은 수익성은 위험 요소가 된다. 바이오 사업으로 5년 안에 매출 1조원을 달성, 국내 최대 항암제 기업으로 발돋움해서 수익 구조 불안을 해소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우현 OCI 대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장기 협력 관계를 만드는 투자로 바이오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면서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신약 개발을 위해 잠재력 있는 기술을 찾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