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성장 모멘텀…국내 시장은 ‘악전고투’

오는 15일 비트코인캐시가 하드포크(체인분리 업그레이드)를 예고한 가운데 12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타벅스, ICE, 보스턴 컨설팅 등이 합작한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벡트’(Bakkt)가 출범을 알렸다.

또한 지난 5일 일본 재무성은 암호화폐의 결제수단 수렴을 요청한 업계의 전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했으며, 미국 SEC는 암호화폐 발행 시 개발자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방침이라 밝혔다.

9일에는 글로벌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암호화폐 프로젝트 등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리서치기관을 오픈했고, 이더리움의 성능 개선을 목적으로 한 하드포크가 내년 1월 즈음에 진행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이같은 긍정적 소식들이 잇따라 들리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상승 기대감이 물씬 풍겨오고 있다. 실제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의 거래량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이같은 호재 분위기와 다르게 정부 당국의 압박 기조 속에 답답한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성장 모멘텀…국내 시장은 ‘악전고투’

지닉스 폐업 사태, 정부 압박에 백기

최근 한·중 합작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Zeniex)가 오는 23일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폐쇄의 직접적 요인은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지닉스가 판매에 나선 암호화폐 펀드 상품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닉스는 국내 은행이 신규 가입자 계좌 발급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수사까지 겹쳐지자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을 막을 길이 없다 보고 폐쇄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관련 업계는 지닉스 폐쇄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특히 신규 계좌 발급이 막힌 상태에서 타개책 방편으로 펀드 상품을 출시했지만, 정부 당국이 이마저 브레이크를 걸어 실질적으로 정부로 인해 폐업을 당한 국내 첫 번째 거래소가 됐다는 인식이다.

금융 당국은 지닉스 펀드 상품이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았고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수탁사를 인가받지 않았다며 위법적 요소가 강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암호화폐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금융투자상품 분류에서 어느 곳에 해당되는지 명시되지도 않을뿐더러 암호화폐가 정식 펀드가 아닌 이상 당국이 법적으로 제재할 명분이 없다는 해석이다.

최근 NH농협은행과 중소형 거래소 코인이즈 간의 법적 공방도 눈길을 끈다.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지난 8월 코인이즈와의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이에 코인이즈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지난달 “당국의 가이드라인은 은행의 재량 사항에 불과하며 이는 농협은행의 계약위반”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캐셔레스트도 신한은행의 거래 중지에 가처분 소송을 낸 상태라 비슷한 결말이 예상된다. 이번 법원 판결은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업계 “공동 대책 마련 절실”…이달 ICO 가이드라인 예정

지난 8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이같은 흐름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피해자 발생이 우려돼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명확한 규제를 제시하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보호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특히 정부 당국이 은행을 통해서 암호화폐 거래소와 이용자들의 거래를 막는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최근 홍남기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2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정부 시각이 여전할 것인지, 아니면 방향을 선회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이다.

홍 내정자는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는 동안 블록체인은 육성해야 하고 암호화폐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이달 중 ICO 관련 가이드라인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암호화폐 글로벌 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보여주는 가운데 한국 시장만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부 거래소가 고육지책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 송금이 막히는 등 제재에 걸린 상황이기에 업계는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공동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암호화폐는 물론이고 블록체인 산업까지 고사될 것”이라며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타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이행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항준 기자 (j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