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넥밴드'가 주목받고 있다.
청각 장애인, 노인성 난청인에게 유용하다.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도 보행 중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유퍼스트(대표 이현상)가 '누구나 넥밴드'를 선보였다. 목에 거는 넥밴드 형태 헤드셋이다. 기기 내부에 마이크를 내장했다. 소리로 위험 상황을 파악한다. 보행자 주변 일정 데시벨(dB) 이상 소음이 들리면 진동으로 신호를 보낸다. 소리 진원지가 어딘지 파악할 수 있다.
자연재해 발생도 감지한다. 신속한 대피를 돕는다. 일본, 미국 동부권을 겨냥해 개발했다. 지진, 허리케인 정보를 탐지한다.
편의 기능도 갖췄다. 스마트폰과 연동한다. 문자가 오면 알려준다. 모닝콜 기능도 탑재했다.
보청기를 껴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청각 약자 대상 제품이다. 국내 전체 청각 약자 중 보청기 사용 비율은 5%대에 그친다. 음성을 아무리 증폭해도 소리를 감지하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 노인성 난청인 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도 보청기 보급률을 떨어뜨린다. 한 개당 가격이 평균 350만원 이상이다. 양쪽 귀에 착용하려면 700만원 넘게 든다. 누구나 넥밴드는 17만8000원이다. 내년 1월까지 보청기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일반인용 이어폰도 판다. 제품명은 '누구나 이어폰'이다. 평소에는 노래를 듣거나 전화 통화 용도로 쓸 수 있다. 겉모습은 누구나 넥밴드와 동일하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고를 예방한다.
삼성화재 부설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4~2016년 '보행 중 주의분산 사고'를 조사한 결과, 이 기간 전체 사고 횟수는 1723건이다. 이중 61.7%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어났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다가 차량·보행자·장애물과 부딪힐 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누구나 이어폰이 주력 제품은 아니다. 이현상 유퍼스트 대표는 “장애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며 “누구나 넥밴드가 장애인용 제품이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이어폰을 추가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넥밴드는 미국, 호주, 덴마크, 홍콩, 스위스 등 해외 8개국에 진출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2만달러(약 2억5000만원)를 모았다. CNN방송, 폭스뉴스와 같은 미국 유력 언론에도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구로구청, 한국청각장애인협회와 컨소시엄을 구성, 150여개를 납품했다. 현재 사용자 피드백을 받고 있다.
유퍼스트는 2015년 2월 문을 열었다. 직원 6명이 근무 중이다. 첫 사업 아이템은 구글 글라스였다. 청각 약자를 위한 제품이다. 상대방과 전화, 대화할 때 글라스에 수화가 실시간 표시된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이 대표는 “바이어와 손잡고 내년에는 누구나 넥밴드를 15개국 이상 수출하겠다”라면서 “독일에 매장을 낼 목표”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