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을 또다시 압박했다. 주주들을 설득해 공격 투자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 향후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엘리엇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14일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전달한 서신'을 배포해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자본 과잉 상태에 빠졌다”면서 “현대차는 8~10조원, 현대모비스는 4~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잉여 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면서 “주주 환원 수준이 업계 기준에 지속적으로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최근 두 달 새 27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주식 보유 공개 이후부터 손실은 5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엘리엇은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이 철회되고 반년이 지났지만, 기업구조 개편을 진전에 주주와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현대차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 개편안을 엘리엇 등 다른 주주와 협의해야 한다”면서 주주에게 초과 자본금을 환원하고, 현저히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보낸 서신은 기존 내용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도 엘리엇 주장이 과도한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기존 주장을 독립 컨설팅 업체 분석을 통해 다시 한번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 서신은 잠재적인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를 설득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이 새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주들을 설득,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연내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내놓은 합병비율 조정 이외 큰 틀의 변화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주주 지분 희석이 커지더라도 시장이 수용 가능한 합병비율과 사업 시너지를 고려한 분할 합병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강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할 것”이라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현대차(46.4%), 현대모비스(48.1%) 등 주총을 최소화하고 주주구성이 유리한 현대글로비스 중심 지배구조 변화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