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는 최근 2년간 개발한 1000억원 규모 대형 시스템을 가동했다. 11월 시스템 가동 시기를 앞두고 6개월간 직원 한 명 당 매달 평균 82시간 초과 근로가 발생했다. 직원 당 한 달 평균 근무시간은 240시간을 넘었다. 시스템 가동 막바지에 각종 테스트와 추가 기능 구현 등으로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
만약 A사가 내년에 이 상태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면 주 52시간 근로 시간 제한을 위반한 사업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한 달 내 정산기간을 평균 내 208시간까지 허용하기 때문에 A사처럼 6개월간 매달 240시간이 넘을 경우 법을 위반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법적 유예기간이 올해 끝난다.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가동된다. 최소 4∼6개월 이상 초과 근무를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IT서비스 업체는 현행 한 달 단위로 근무시간(평균 208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업계는 최소 6개월 이상 정산 단위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범법자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교보생명, KB캐피탈, KDB산업은행 등 대형 차세대 사업이 줄줄이 시스템을 오픈한다. 대부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1∼2년간 준비한 사업이다.
통상 대형 프로젝트는 안정적 시스템 가동을 위해 프로젝트 오픈 6개월 전부터 철야 근무에 돌입한다. 시스템 오픈 한 두 달을 앞두고 주말까지 출근해 테스트 후 보완 부분을 찾아내 대응한다. 문제는 내년 대형 시스템 가동 시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큰 점이다.
SW업계가 최근 3년간 100억원 이상 프로젝트 사업을 분석한 결과 최소 4개월∼최장 9개월간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하는 총 근무시간은 평균 215∼240시간이다.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대응하기 어렵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단위로 평균 52시간, 한 달 평균 208시간까지 허용한다. 내년 가동하는 대부분 프로젝트 모두 최소 4개월 이상 초과 근무가 필요하다. 1개월 단위로 근무 시간을 조절하기 어렵다. 매달 평균 총 근무시간도 208시간을 넘는다.
정부는 인력 확보를 주장하지만 IT업계 특성상 추가 채용이 쉽지 않다. 내년 가동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수 년간 전문인력이 상주해 작업했다. 신규 채용 인원은 업무 파악에만 수개월 이상 소요되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안정적 프로젝트 가동이 쉽지 않다. 추가 채용 인원에 대한 비용 부담도 프로젝트에 반영돼지 않아 업계가 다 떠안는 상황이다.
업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정산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SW개발, IT프로젝트는 근로자 전문성에 따라 결과물 수준이 상이한 경우가 많아 단순 신규 인력 채용으로 전문성을 대체하기 어렵다”면서 “최소 4∼6개월 단위로 근무 시간을 산정하도록 기간을 확대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중소 SW업체와 IT서비스 업계 다수가 위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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