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가 수출 관세 절감을 위해 정부에 관세·통계통합품목 분류표(HSK) 개편을 요청했다. 이르면 연내 관세청 품목분류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HSK가 개편되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양극활물질·전구체 HSK코드 분리를 요청했다. 최근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이차전지 업계 간담회에서도 해당 안건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HS코드란 국제 협약에 의해 수출입 물품에 부여되는 상품 분류 코드다. 6자리까지는 국제 공통으로 사용되며, 7자리부터는 각 나라가 6단위 범위 안에서 세분해 10자리까지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자리까지 사용해 HSK라고 한다.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 이차전지 양극재 업체는 주로 중국에서 원소재를 전구체 형태로 들여와 리튬을 넣고 가공, 양극활 물질을 만든다. 문제는 최근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유럽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운영, 국내에서 재가공된 양극활 물질을 폴란드·헝가리 등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생겼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한국에서 생산한 대상 품목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FTA 관세 특혜를 받으려면 품목과 원산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때 HS코드가 판단 기준이 된다.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한 완제품이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려면 HS코드가 변경돼야 한다.
문제는 현재 품목 분류 체계상 전구체와 양극활 물질 HSK코드가 동일해 원산지 증명이 어렵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주로 쓰이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활 물질과 전구체 HSK코드는 모두 2853.90-9000(기타)로 분류된다. 최근 주력 생산 기지로 떠오른 유럽 공장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2020년 이후에는 연간 관세 부담이 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업체 관세 부담이 증대되면 결국 소재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배터리 제조사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서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재 업체가 유럽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나라 산업 기반이 모두 해외로 옮겨가 국내 산업 생태계나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전구체와 양극 활물질 HSK코드를 분리해 줄 것을 관계 부처에 요청했다. 주무 부처인 관세청도 민원을 접수한 상태로, 이르면 12월 열리는 품목분류위원회에서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양극활 물질 제조 기술은 세계에서 월등하다”면서 “HSK코드 분리 문제가 해소되면 3년 동안 관세 부담을 약 2000억원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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