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태블릿PC·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모여 앉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수학 시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가 있다. 한두 명은 졸거나 흥미를 잃을 법도 한데, 모든 학생 눈이 빛난다.
충청북도 음성 삼성중학교 1학년 수학 수업에 등장한 수학교육 소프트웨어(SW) '알지오매스' 때문이다. 알지오매스는 정부가 한국창의재단 등과 함께 수학 수업을 위해 개발한 SW다. 지난 7일 수업 현장에 도입됐다. 알지오매스는 도형이나 그래프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 학생 이해를 돕는다.
삼성중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탓인지 평소 어려워했던 수학 도형 수업에 알지오매스를 적절히 활용했다. 한 반을 12명으로 나눠 수업한 것도 집중력을 높였다. 2시간을 이어 하는 수업인데도 학생 흐트러짐이 없다.
2시간 연강 중 두 번째 시간. 알지오매스를 활용해 같은 각 작도를 해본다. 웹브라우저를 열고 알지오매스 홈페이지에 접속만 하면 된다. 노트북이건 스마트폰이건 상관없다. 12명 학생이 사용하는 기기도 제각각이다.
평면에 두 개의 선을 그어 각을 만들고, 그 각과 똑같은 크기의 각을 작도해 보는 시간이다. 각도기 없이 같은 각을 만들기 위해 '원'의 원리를 이용한다. 각을 만든 두 직선에 점을 찍고 컴퍼스 기능으로 각각 거리를 재, 이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 두개를 만들면 같은 크기 각이 나온다. 종이와 컴퍼스를 이용해 작도할 때에는 같은 각 하나만 만들어도 시간이 빠듯했지만, SW를 이용하니 다양한 각을 몇 개든 만들 수 있다. 학생이 만든 결과물이 맞는지 스스로 재 볼 수도 있다.
오영탁 학생은 “도형에는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재미있어 좋다”면서 “직접 만들면서 하니까 이해도 더 잘 된다”고 말했다.
학생이 잘 따라 온 덕에 수업이 빨리 진행돼 자투리 시간이 남았다. 정경욱 교사가 코딩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알지오매스에는 '블록코딩' 이라는 부가 기능이 있다. 스크래치 같은 코딩 프로그램이다. 거북이 아이콘이 가는 길을 그려 도형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봤다. 한 학생이 거북이가 일정하게 가다 45도를 꺾도록 코딩하니 팔각형이 만들어졌다.
정 교사는 알지오매스 개발을 위한 교사 연구단 활동을 하면서 SW를 접했다. 교사 연구단은 초기 개발 버전부터 사용하면서 개발자에게 기능 개선을 건의했다. 정 교사는 도형을 이해시키기 위한 준비물을 줄이고, 응용도 가능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SW를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상업용 SW와 달리 교과 내용에 충실할 수 있으며, 교사가 기능제어도 가능한 점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하면 학생이 즉각 답을 찾을 수 있지만, 제한된 기능 설정에서는 여러 시도를 하며 답을 찾는다. 학생이 답을 구하는 과정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교사가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다.
정 교사는 “블록코딩 기능까지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면서 “두 시간을 연달아 수업하는데도 학생이 마지막까지 집중한다”고 말했다.
알지오매스는 지난 7일 서비스 이후 1주일 동안 3400여명이 사용했다. 배재흠 교육부 연구사는 “앞으로 사용자가 꾸준히 늘면 교사가 이를 활용한 교수학습법도 공유할 것”이라면서 “수업 시간은 물론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