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데드라인'인 국회 예산심의 마감일이 도래했지만, 현대자동차와 광주광역시가 합의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측은 임금, 노동시간, 기업 영속성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광주시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대차를 유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조건 합의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반면 현대차는 광주시가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을 경우 참여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15일 현대차 및 광주시에 따르면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투자유치협상단과 현대차 측은 지난 14일 오후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광주시는 국회 예산 심의 마무리 전까지 어떻게든 현대차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로부터 '예산 확보'라는 명분이 사라지면 광주시가 당정을 비롯해 현대차와 노동계를 사업에 끌어들일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역 노동계와 지난 13일 투자유치추진단 3차 회의를 열고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와 합의를 끌어냈다. 노동계는 현대차와 협상에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시와 입장을 같이 하고 협상을 위임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현대차와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동계 양해를 구하고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인 △경영 성과에 맞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40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에 대해 합의했다. 합작 신설법인 설립 과정에서 추진단의 실무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유치추진단 관계자는 “노동계가 지금까지 협상 내용에 동의는 하지 않았지만 협상팀에 위임하기로 한 만큼 최종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경영 과정에서 조정해 나가고, 이제 현대차와 마지막 협상을 타결하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지난 3월 수립된 '노사민정(勞使民政) 결의안' 원안이 아니면 여전히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시간 대비 임금이 높고, 현 노조와 단체협약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민정 결의안(원안)에 따르면 현대차와 광주시는 주 44시간 근무, 초임 평균연봉 3500만원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었다. 임금협상은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하고, 처음 5년 간 근로환경이나 복지 등에 대한 단체협약을 유예하기로 했다. 경영 방식도 회사 전략에 따르고, 원·하청 관계에 대해서는 별도 조항이 없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광주형 일자리 진행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광주시에서 하는 것에 달려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의 극렬한 반대, 민주노총 산하인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예고, 국제적 자동차 시장 침체에 따른 현대차의 실적 부진 등도 협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며 적극 반대했다. 또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역시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 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을 더욱 고조시켰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의 야근·특근을 제외한 기본급은 2800만원에 불과한데, 초봉 3500만원을 외치는 광주형 일자리는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다”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닌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현대차가 광주에 10만대 추가 투자하는 것은 위기를 재촉하는 것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