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전자책이 넘쳐나지만 이중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책은 1%에도 못 미칩니다.”
장애인 정보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국립장애인도서관 수장에 정기애 관장은 지금의 사회 환경은 장애인 정보습득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너무나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하는 모든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장애인, 비장애인 간 지식, 정보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졌다”며 “올 한 해 국립중앙도서관 내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부여 전자출판물 중 1%만 시각장애인용으로 전환됐다”고 아쉬워했다.
근본 원인으로 예산과 관심 부족을 꼽았다. 전자책이 만들어질 때부터 시각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게 정 관장 생각이다. 그는 장애인용 대체자료로 전환하기 쉬운 전자책을 제작하게 유도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아마존을 예로 들었다.
대체자료란 각종 책자를 음성과 점자로 변환한 장애인용 도서를 뜻한다. 장애인도서관은 출판사가 납본한 전자책을 대체자료로 전환한다. 그러나 출판사에 책임을 묻긴 어렵다. 이 같은 기능을 갖추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 관장은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전자책 대상 대체자료 인증제도를 개설, 비용 지원에 나선다면 출판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이탈리아는 해당 제도를 이미 운영 중이다.
장애인도서관 예산 증액에도 나선다. 그는 “현재 1%에 그치는 전자책 대체자료 전환 비율을 내년에 3%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중앙도서관에 납본되는 연간 1만5000건 상당 전자책을 손보려면 추가 예산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장애인 지원 한 해 예산은 2조원이다. 90% 가까이 기초생활수급, 재활, 의료 분야에 쓴다. 자립을 위한 정보 접근성 교육, 콘텐츠 확보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다. 장애인도서관 예산 역시 연간 5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정 관장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배우려는 장애인 의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복지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지원만 받을 순 없을 노릇”이라며 “자립할 수 있게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파격 정책도 선보인다.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30여곳을 선정, 수화통역사를 배치할 예정이다. 다만 관련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 관장은 욕심이 많다. 장애인도서관 대체자료 제작 절차, 지침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국제 표준으로 격상시키는 것을 꿈꾼다.
그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수년간 대체자료 분야 노하우를 축적했다”면서 “대체자료 지침이나 내부 절차를 정리, 국내를 넘어 국제 표준으로 승격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4월 취임한 정 관장 임기는 3년이다. 2021년 4월까지 장애인도서관을 진두지휘한다. 그는 국가기록원 기록정책 부장을 거쳤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기록관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관장은 “시각·청각장애인에게 도서관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며 “대체자료 전환 비율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