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사 간 상생 모델로 주목받아온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파행될 위기에 놓였다. 당초 '반값 연봉'에 연간 10만대 완성차 생산 공장을 지어 안정적인 일자리 1만1000개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광주시가 지역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인 수정안을 새로 꺼내 들면서 현대차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제동이 걸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을 위해 실무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무산될 위기다. 애초 15일 데드라인으로 잡았던 협상은 이날까지 연장됐다. 광주시와 현대차간 의견 간극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앞서 협상 초반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측이 '광주시에 현대차와의 협상을 일임하겠다'고 발표하며 광주형 일자리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광주시와 한국노총은 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노사책임경영·원하청 관계개선 등 새 조건을 담아 원안을 변경하면서 현대차 부담이 커졌다.
당초 현대차는 지난 5월 '주 44시간 평균임금 3500만원' 제안을 받고 투자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지역 노동계가 제출한 수정안은 주 40시간 근무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하에 추후 결정하는 것으로 내용이 바꿨다. 통상 임금의 150% 수준을 지급해야 하는 4시간 분의 특근수당을 적용하면 처음부터 35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정안에 따르면 현대차 입장에선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빠진 것도 논란을 키웠다. 매년 임금 협상을 한다면 광주형 일자리가 결국 울산공장 수준 임금에 맞춰질 것이라는 우려기 커진다.
반면에 광주시와 노동계의 합의문에는 임금이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리에 따라 합리적 기준에 의거해 책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변에 위치한 기아차 광주공장이나 다른 완성차업체 공장과 동일한 수준으로 연봉이 책정돼야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현대차 노조 측 관계자는 “현대차 25년 근속 임금과 광주형 일자리 초임을 비교해 '반값 임금'이라고 설정하는 자체가 속임수”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회예산 심의일인 지난 15일을 넘기면서 광주시의 사업 예산 확보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협상이 내년 예산심의 법정 기한인 12월 2일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 사안이 중대한 만큼 예산심의 법정기한 이내에만 타결이 된다면 계수조정을 거쳐 특별사안으로 예산을 추가할 가능성은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 고질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탈피할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지지만, 노동계에 휘둘린 정치논리가 밀려 당초 취지가 많이 뒤틀렸다”며 “광주시가 만든 안이 계속해서 바뀌면서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은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