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정보기술(IT)이 만나는 핀테크, 전자회사와 의류회사가 융합한 사물인터넷(IoT)을 구현하는 이 업종 간 콜라보레이션이 대세다. 혁신 아이디어가 발굴되고 시너지가 창출되는 것을 보면서 '메디치 효과'를 떠올려 본다. 메디치 효과란 다양한 역량 간 융합으로 생겨나는 창조와 혁신의 빅뱅 현상이다.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재력가 메디치 가문에서 유래했다. 메디치 가문은 학문 발전을 적극 지원했다. 메디치 사랑방에 모인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는 전문 분야 벽을 허물고 융합,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이는 곧 르네상스 원동력이 돼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등이 탄생할 수 있었다.
프린스 요한슨 저서 '메디치 효과'에 따르면 다양한 생각이 한 곳에서 만나는 '교차점'이 된 메디치 가문 사랑방이 현대에 와서는 '피터의 카페'라는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서쪽 아조레스제도 항구도시 오르타에 위치한 피터의 카페는 선원들 휴식처다. 또 경험과 전문성이 다양한 많은 여행자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피터의 카페에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신기한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창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피터의 카페는 생각이 무한 확장되는 교차점이 됐다.〃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더불어 민간 기업과 콜라보가 필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세계에서도 매우 귀한 조합이 대한민국에 구현돼 있다. 바로 창조경제혁신센터(혁신센터)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기혁신센터에는 수많은 해외 방문객이 찾아온다. 최근 3년 동안 국빈급을 포함한 외국인 약 5000명이 다녀갔다. 올해만 해도 브라질 대통령, 에스토니아 대통령, 슬로바키아 대통령,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 주지사 등 많은 손님이 있었다. 이들이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부러워하는 공통 부분이 있다. 혁신센터가 갖추고 있는 정부와 민간 기업 간 협업 구조다.
“아이 한 명을 제대로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스타트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이들을 후원하는 메디치 가문과 모일 수 있는 피터의 카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국형 메디치 가문 역할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이는 각 분야 선두에 있는 민간 기업이다. 피터의 카페는 전국 혁신센터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부 창업 생태계 활성화 정책과 기업 참여, 창업 생태계 허브 역할을 지향하는 혁신센터 기능이 더해지면 창업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라는 한국의 메디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필자가 처음 창업 생태계에 참여한 20년 전과 지금은 많이 변했다. 당시 벤처인증기업 1만개라는 것은 과거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만큼이나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였다. 지금은 벤처인증기업 숫자가 3만개를 훨씬 넘어섰으니 커다란 성장을 이뤘다. 아쉬운 점은 인수합병(M&A) 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다. 미국 벤처 회수 시장 약 90%가 M&A이다. 한국은 3%에 불과하다. 공개된 시장 형성이 어렵다. 서로 손해 보기 싫어하는 M&A 시장 특성상 스타트업과 인수 기업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이 역할도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창업 현장에서 경험과 신뢰를 쌓아 온 혁신센터가 기여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알고 있고 기업과 협업도 활발한 혁신센터가 균형 있는 시각으로 중재한다면 스타트업 및 인수 기업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생 M&A가 가능할 것이다.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대한민국 르네상스가 구현되고 한국형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가 나와야 한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바란다.
이경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장 kyungjoon.lee@cce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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