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이 기업 고용 규모를 축소시키고 용역·도급 등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정규직 사용 규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제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비정규직 남용은 규제하되 정규직 근로조건(임금·근로시간 등) 유연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발표한 '비정규직 사용 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놨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으로 한정, 이후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파견 근로자는 직접 고용하도록 비정규직법을 시행했다.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KDI 연구 결과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기간제·파견 근로자 비중이 줄고 기업 정규직 비중이 늘었다. 그러나 기업 전체 고용 규모는 감소됐고, 비정규직법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기타 비정규직(용역·도급 등)은 늘었다.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때 종사자 규모가 크고 최고경영자(CEO)·인사담당자가 근로자 근로 조건 변경이 어렵다고 느낄수록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사용자가 인식하는 근로 조건 변경의 어려움(0~10점)이 1점 증가하면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2.8%포인트(P) 감소했다”면서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을 확률도 2.6%P 줄었다”고 밝혔다.
KDI는 고용 형태별 이중 구조 완화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는 한편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70%인 정규직의 근로 조건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비정규직 정책은 주로 비정규직 사용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관련법 규제만으로는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고,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우람·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전통 노동 유연성 개념을 고용에서 근로 조건(임금, 근로시간 등)으로 확장시켜서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고용 안정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