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사기 적발과 각종 금융규제 등을 위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규제와 기술 합성어인 '레그테크'를 도입해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 금융 소비자 보호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20일 KB국민은행 및 아마존웹서비스와 휴대폰으로 수신되는 문자메시지 스미싱 여부를 판별하는 AI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금융사기 '피싱'을 뜻한다. 소비자에게 선입금을 요구하는 피해 사례가 급증한 데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을 넘어 향후 피해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금융사기 80% 이상이 스미싱 등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 KB국민은행, 아마존웹서비스는 협업팀을 구성하고 약 8개월간 공동 연구와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스미싱 방지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김정훈 금융감독연구센터 팀장은 “파일럿 테스트 과정에서 AI 알고리즘 기술로 100개 중 90개, 즉 90% 스미싱 사기를 적발하는 실적을 내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면서 “스미싱 관련 AI 알고리즘 기술 틀이 잡힌 상황으로 향후 데이터를 추가해 정밀한 스미싱 피해 방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AI 적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금감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 IBK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 금융사기 전화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실시간 차단 시스템 정확도 제고를 위해 사기 사례 약 8200여건을 제공했다. 게다가 내년 AI로 펀드 약관을 심사하는 시스템 도입도 앞두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금융당국이 중심이 돼 레그테크를 통한 규제 및 기술 통합이 시도되고 있다. 실제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Call for Input(CPI)'을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블록체인 기반 모기지론 거래내역 분산 원장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 싱가포르 금융감독청(MAS)도 레그테크 프로젝트 및 포럼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중앙은행이 '중국 금융업 정보기술 13차 5개년 계획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핀테크와 레그테크 등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비은행결제, 암호화폐 등 분야에 전문가를 배치하고, 1~2개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국내 레그테크 도입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머신 리더블 레귤레이션(MRR)' 시범사업을 아시아 최초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MRR은 금융 관련 법규를 기계가 인식하는 언어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당시 윤 원장은 “핀테크에서 레그테크를 거쳐 섭테크로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일례로 AI를 활용한 금융상품 약관 심사와 같이 섭테크를 활용하면 방대하고 난해한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자동으로 신속·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29일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섭테크를 도입·활용한 소비자 보호 사례로 스미싱 방지 AI 알고리즘과 AI 펀드 약관 심사시스템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근 감독당국이 추진하는 섭테크를 공개하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이 최근 밝힌 AI 관련 스미싱 기술 등 파일럿 테스트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시현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고 전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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