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람이나 사물을 입체 형태로 인식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내년에 출시한다. 일부 스마트폰에 'TOF 방식 3차원(D) 센싱 모듈' 탑재를 준비하고 있다. TOF는 성능이 한층 강화된 3D 인식 기술이다. 얼굴 인식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 활용이 기대된다. 애플도 내년 신형 아이폰에서 TOF 센서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관련 부품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복수의 협력사와 3D 센싱 모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출시 예정인 일부 스마트폰에 TOF 방식 모듈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비과시간법(TOF)'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적외선과 같은 빛이 피사체에 도달했다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심도를 계산하고 3D를 구현하는 게 골자다. TOF는 측정 거리에 장점이 있어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도 인식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전면과 후면에 TOF 모듈 탑재를 계획하고 있다. 전면은 얼굴 인식, 후면은 AR나 VR 용도로 활용이 예상된다.
TOF를 전면에 적용하면 사용자 얼굴을 입체 형태로 분석할 수 있다. TOF와 전면 카메라를 결합하면 본인 인증과 같은 보안을 강화하거나 '이모지' 같은 가상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후면 TOF는 AR·VR 서비스와 결합할 것으로 점쳐진다. 거리는 물론 공간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공간에 가상의 가구를 배치하는 작업이 가능해진다. 게임, 의료, 교육 등 서비스를 좀 더 실감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TOF를 접목하는 건 처음이다. 첫 시도인 만큼 삼성은 일단 갤럭시S10 5G 모델과 갤럭시A 시리즈 가운데 최고급 모델에 TOF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도 내년 하반기에 나올 신형 아이폰에 TOF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이폰X(텐) 모델부터 3D 센싱을 도입했지만 이는 '구조 광'(SL) 방식이었다. TOF가 SL보다 정확도나 거리 측정 면에서 진화된 기술로 평가된다. 애플 TOF는 차기 신형 아이폰 후면에 탑재된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과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애플이 TOF를 준비하면서 관련 부품 업계는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손 안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에 3D 센싱이 접목되면서 AR 및 VR 서비스와 게임 등의 활성화도 예상된다.
TOF는 광학 기술을 근간으로 해 카메라 모듈과 구조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카메라 모듈을 만들던 곳에서 TOF 모듈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용 TOF 모듈은 삼성전기와 파트론, 애플용 TOF는 LG이노텍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개발 여부와 관련해 “고객사 관련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