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에 나이 인증 요구 화면이 이틀 동안 노출됐다. 성인 인증 절차가 없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이나 연령 제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 앱스토어에 정책 변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게임업계는 고스톱·포커(고포류) 게임 시장 확대와 이용자·게임사 편의 개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튜브' 또는 '텔레그램' 같은 '17+' 애플리케이션(앱)을 업데이트할 때 나이 인증 요구 창이 이틀 동안 노출됐다. 안내 내용은 '나이를 확인하십시오. 연령 확인을 요구하는 노골적 콘텐츠에 접근하려고 했습니다'다. 이와 함께 '개인 맞춤화 추천' 화면에는 생년월일이 기록된다. 인증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라는 페이지로 넘어간다.
나이 인증 요구 창은 개발 과정에서 화면이 노출된 것으로 추측된다. 화면에 노출된 'okButtonAction'은 애플이 개발한 OSX 개발 툴 모음인 '엑스코드' 구문이다.
현재 해당 화면과 개인 맞춤화 추천 화면 나이 표시는 사라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게임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앱스토어 정책상 고포류 게임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이어서 앱스토어에 입점할 수 없었다. 성인 인증 절차가 도입되면 iOS 생태계에도 고포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이용자 확대를 통해 매출 증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 자료에 따르면 앱스토어 소비자 지출액이 구글플레이 2배에 육박한다.
이용자·게임사 편의 개선 기대감도 있다. iOS 기반 기기 게임 이용자들은 지금까지 아이템 거래 기능이 빠지거나 일러스트가 대폭 수정된 게임을 즐겨야만 했다.
'데스티니차일드'와 '벽람항로'는 일러스트를 수정한 틴버전, '리니지M'과 '카이저'는 거래소 기능이 빠진 게임을 각각 제공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기기 기반에서는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애플 기기 이용자들은 게임을 반쪽밖에 즐기지 못한 셈이다.
게임사는 두 버전 개발·운영에서 벗어나 효율을 제고할 수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하드웨어(HW)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SW)·서비스 생태계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자사 생태계에 사람을 묶는 장기 전략을 택했다. 애플은 올해 3분기 앱스토어, 애플뮤직 등 SW 및 서비스 분야에서 9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2020년까지 SW 및 서비스 매출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애플이 앱스토어 파이를 늘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플스토어 개점, 서치애드 오픈, 원화 결제 추가 등 국내에 서비스가 차례로 열리고 있다는 점도 힘을 싣는다.
게임사 관계자는 “현재 사업 분야와 개발 분야에서 따로 준비하는 사항은 없다”면서 “성인 인증 관련 정보를 받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애플에서 직접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은 없지만 포팅 코스트는 확인하고 있다”면서 “성인 등급 게임을 iOS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면 이용자 확대에 따른 매출 증대와 개발·운영을 더 효율 높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애플코리아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