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정체에 금융 인공지능(AI) 기업이 새로운 사업 모델 찾기에 나섰다.
각종 규제 장벽, 낮은 수익성 등으로 투자자와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인공지능(AI) 딜링, 실시간 거래 분석, 회계장부 자동 감리 등 금융사 서비스 공급 등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날 현재 운용 순자산 10억원 이상 규모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설정액은 연초 대비 감소했다. 펀드 수도 17개로 연초 대비 변동이 없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가운데 가장 큰 111억원을 운용하는 키움쿼터백글로벌EMP 로보어드바이저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위 펀드 대부분은 설정 2년이 다 되도록 소규모 펀드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관계자는 “증권사와 협업한 상품을 제외한 대다수는 운용규모가 10억원도 되지 않는 초소형 펀드”라며 “펀드로 수익을 내려면 규모가 1000억원은 돼야 하는데 운용보수 일부와 알고리즘 이용료만으로는 사업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제대로 운용되는 10억원 이상 로보어드바이저펀드 대부분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공동 설정한 펀드다. 가장 많은 설정액을 보유한 키움운용은 쿼터백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은 디셈버앤컴퍼니와 협업으로 설정한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펀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저렴한 비용과 안정성을 강점으로 하는 만큼 운용자산만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업체에게 충분한 비용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며 “편입 자산 대부분이 채권 등 안전 자산으로 채워진 만큼 성과보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소규모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회사도 마찬가지다.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가입 조치로 인한 가입자 증가를 기대했지만, 정작 관심은 크지 않다. 소규모 자문사 특성상 대고객 채널을 보유하지 않은 만큼 대부분 증권사 플랫폼에 입점해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투자자문 인가 획득이 늦어지면서 증권사도 속속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이기 시작했다”며 “각 증권사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개시하면서 소형 자문사 상품은 수많은 투자 상품 중 하나가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꺼지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도 펀드 상품이 아닌 다른 먹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문사는 유지한 채 AI분야만 분리해 새로운 사업을 꾀하는 사례도 늘었다. 파운트, 아이로보 등은 이미 AI부문을 자회사 등으로 분사해 신사업을 찾고 있다. 비정형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부터 실시간 거래 분석을 통한 컴플라이언스 확보 등 영역도 다양하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의 대량매매에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적용한 딜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선물거래가 필수인 원자재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태형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는 “기관이 AI로 저렴하게 대량 매도·매수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준비 중”이라며 “JP모간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한 만큼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