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급하던 충전기 보조금이 도입 7년 만에 사라진다. 공용 충전인프라가 늘었고,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개인만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건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조금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을 바꿔 업계 자발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비공용 완속충전기(7㎾급) 보조금 제도를 폐지한다. 개인만 쓰는 비공용 충전기 보조금은 2013년과 2014년에 대당 700만원씩 지원했고, 이후 매년 100만~200만원 줄면서 올해는 150만원까지 떨어졌다.
보조금이 줄면 줄어든 만큼 전기차 제작사나 소비자가 이를 부담하는 게 당연하지만 제품 가격과 전기공사비만 깎이는 현상이 지속돼 왔다.
제품 단가를 줄이기 위해 각종 안전·편의 장치를 없앴고, 심지어 충전 계량기나 케이블이 없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부실 공사 사례도 빈번했다.
반대로 전국에 공용 충전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다. 한 번 충전에 300~4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신형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면서 매일 충전하는 일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비공용 충전기는 줄이는 대신 완·급속 공용 충전인프라는 계속 확대해 나가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내년에 공용 완속충전기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대당 450만원씩 1만2000대 이상 구축한다. 급속충전기(50㎾)도 전국에 충전인프라 사각지대 위주로 확대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공용에 한해 보조금 폐지를 고려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 사항은 아니다”면서 “관련 업계 의견을 수용, 다음 달에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충전기 설치 시 한국전력공사에 지불하는 한전불입금(약 50만원) 등에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전기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사면 자동차 제작사가 충전기를 제공하거나 소비자가 구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보조금이 폐지돼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공정한 경쟁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