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이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해 1월 법령까지 고쳐가며 확정한 탈원전 계획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탈원전 논란이 계속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정책 재검토를 위한 국민투표와 공론화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대만 '탈원전 정책' 폐기, 국민이 판단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811/1131997_20181125155000_276_0001.jpg)
25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따르면 24일 치러진 대만 국민투표 최종 결과 탈원전 정책 폐기안이 찬성표 589만5560개(29.84%)를 얻어 통과됐다. 전체 유권자 중 25% 이상 찬성이 필요한 조건을 넘었다.
대만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1975만7067명 가운데 1083만2735명이 참여했다. 투표 참여자 찬반 비중을 따지면 6:4 정도로 탈원전 폐기가 우세했다. 반대표는 401만4215표를 기록했다.
대만 국민투표는 탈원전을 포함해 △올림픽 참가시 '대만' 명칭 사용 △동성결혼 허용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허용 등 10개 사안을 놓고 진행됐다. 탈원전 관련 투표는 지난해 1월 추진된 전기사업법 개정안 폐지 여부를 묻는 방식이다. 대만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2025년까지 탈원전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담았다.
대만 탈원전 투표는 지난달 중앙선거위원회가 국민투표 계획을 밝히면서부터 현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국가가 탈원전 정책을 펼쳤지만 수년이 흐르면서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사국이었던 일본이 원전을 재가동했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원전 축소시점을 10년 늦추기로 했다. 대만 역시 후쿠시마 사고를 기점으로 탈원전 정책을 실시했지만 전력수급 불안에 국민투표를 실시, 정책 폐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갈등이 계속돼 대만 국민투표에 관심이 높았다. 1년 사이 여러 기관이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조사 주체에 따라 결과가 상이했다. 중립성과 공신력을 갖춘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탈원전을 추진한 대만 민진당은 이날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22개 시장 선거에서 6명의 시장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차이 총통은 민진당 주석 사퇴를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당 선호 여부보다는 임금 정체와 탈원전 정책 등 국정운영 불만 누적이 원인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원자력계는 환영 입장을 내비쳤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탈원전 관련 국민인식조사를 했지만 중립성 논란을 겪은 만큼 대만 국민투표에 의미를 부여했다. 원자력계는 대만 국민투표 관련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재검토와 공론화 등을 지속 요구할 계획이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만이 탈원전 이슈로 국민투표를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원자력계를 포함한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