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내년 3월 29일이면 영국은 질서있게 EU를 탈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국 의회 반발이 커 난항이 예고됐다.
영국과 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주로 다룬 브렉시트 합의문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무역·안보협력·환경 등 미래관계에 관한 윤곽을 담은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협상을 일단락 짓고 합의에 대한 양측 의회 비준 동의를 받아 이를 발효하는 비준절차에 들어섰다.
앞서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했다. 이를 EU에 통보한 뒤 작년 6월부터 EU와 탈퇴를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1973년 EU에 가입한 영국은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29일 EU를 탈퇴하게 된다.
사상 첫 회원국 탈퇴라는 '아픈 역사'를 쓰게 된 EU는 27개 회원국으로 다시 출발한다.
내년 3월 29일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문이 양측 의회에서 비준되면 양측은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하며 영국의 질서있는 EU 탈퇴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그때까지 브렉시트 합의문이 비준되지 않으면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영국 의회 내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뿐 아니라 EU 잔류를 주장하는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도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영국 의회의 최종 비준동의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U와 영국도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상황에 대해서도 꾸준히 대비 중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슬픈 날”이라면서 “영국과 같은 나라가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보는 것은 기쁨이나 축하의 순간이 아니라 슬픈 순간이자 비극”이라고 말했다.
EU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우리는 동맹이자 파트너이자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명된 브렉시트 합의문에 따르면 영국은 내년 3월 29일 EU를 탈퇴하더라도 오는 2020년 말까지 21개월간은 전환(이행)기간으로 설정, 현행대로 EU의 제도와 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EU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양측은 전환기간에 무역과 경제협력, 안보 및 국방, 환경 문제 등 미래관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상한다. 양측이 합의하면 전환기간을 1년 또는 2년 연장할 수 있다.
영국은 EU 회원국 시절에 약속했던 재정 기여금을 수년간 납부해야 한다. 이른바 이혼 합의금으로 불리는 이 금액은 390억 파운드(한화 약 57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양측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간 '하드 보더(국경 통과시 통관·통행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