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1년새 시총 10조원 날아갔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포털 기업가치가 1년 새 크게 낮아졌다. 정치공방이 이어지고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며 이들 기업이 저성장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는 1월에 비해 시가총액이 9조원 이상 줄었다. 1월 29조원 수준이었던 네이버 시가총액은 11월 26일 기준 20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1월 5위권을 오가던 코스피 시총 순위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네이버는 10월 액면분할을 했다. 500원이던 액면가를 100원으로 낮췄다. 액면분할을 하면 주당 가격이 낮아져 투자가 활발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네이버는 주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가는 10월 네이버 모바일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일제히 매수 의견을 내놨지만 실제 주가는 이후 낙폭을 기록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올해 네이버를 사이에 둔 정치공방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등 외부요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해 드루킹 사건으로 촉발한 댓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 등 정치권이 압박에 나서며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년 연속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지난 달 18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전자신문 DB
지난 달 18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전자신문 DB

카카오는 1월 최고 16만2500원이던 주가가 10월 30일 8만6000원까지 하락했다. 1월 9조 중반을 넘나들던 시가총액이 11월 9조원 초반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시총 10조원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기업가치가 1조원 줄었다. 9월 음원업계 1위 사업자인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M을 흡수합병하는 등 호재가 많았지만 주가부양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카카오는 올해 카풀 서비스를 출시할 방침이었지만 사전예약 이후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 반발이 걸림돌이다. 여기에 국회는 카풀을 아예 불법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카풀 등 공유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지만 택시업계와 보상안을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대리기사들이 “급행료를 폐지하라”고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립했다. 급행료는 일정 금액을 낸 기사에게 호출수를 보장하는 월정액 상품이다.

카풀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카풀 논란이 지지부진한 공유경제 발전을 공론화 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기존 업계가 새로운 서비스 수익화를 하나씩 확인하며 반대하는 난감한 면도 크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관계인 글로벌 기업은 크게 성장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유튜브 앱은 8월 333억분 이용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8월보다 약 42% 늘어난 수치다.

위 교수는 “이미 동영상 사업은 국내에서 토종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3~4년 후에 인공지능(AI), 데이터 활용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이 네이버, 카카오를 정치적 소재로 삼는 것을 지양하고, 기존 산업과 조정자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