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골프, 테니스를 치는 것보다 젊은 창업가를 만나서 한 수 배우는 게 더 즐거워졌습니다. '창업전도사'로 변신한 이유입니다.”
이상학 대동T&S 대표는 명함 종류가 여러 개다. 고벤처포럼에서 14년째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청년창업꿈터 센터장이기도 하다. 대동T&S 대표로서 기업체를 경영하고 있지만 창업 멘토와 엔젤투자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대동T&S는 이 대표가 1996년 창업한 자동차 부품 수입 전문 업체다. 자동차 관련 기업에서 수출을 담당한 경험을 살려 사업가로 나섰다. 해외 브랜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자동차용 스프링, 애프터마켓용 전장부품, 서스펜션에 들어가는 부품을 유통한다. 창업 직후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등 파고를 딛고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창업 시장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이 안정되면서다. 큰 매출은 아니지만 안정된 사업 기반을 다지면서 매출은 꾸준히 이어졌다. 새로운 관심 분야를 찾다가 창업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지인 소개로 초기 기업에 몇 차례 투자했다 실패한 뒤였다. 투자 기법도, 시장분석도 잘 모르던 때였다. 그러나 경험을 쌓으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로 나섰다. 이후 고벤처포럼에 합류하면서 창업계에 본격 발을 들였다.
부업이던 엔젤투자는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엔젤투자는 초기 기업에 소액 투자하고 경영 노하우, 분야별 네트워크를 함께 전수하는 투자 활동을 말한다. 이제는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창업전문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업인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와 자산, 경험을 창업계에서 더 값지게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수입업체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문에 응한다.
그는 “기업을 일군 후 은퇴한 기업인이나 퇴직 임원 대부분은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며 취미생활을 즐긴다”면서 “그러나 창업계에 직접 뛰어들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내가 쌓은 자산과 지식을 값진 곳에 쓸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기업인이 창업 시장에서 노하우와 자산을 나누는 풍토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엔젤 투자는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은퇴 기업인, 중소기업인도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 “젊은 기업가에게 조언해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도 크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