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R&D 투자 세계 1위 재등극했지만...정부 R&D예산 비중은 내리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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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스라엘과의 1위 경쟁에서 다시 우위를 점했다. 민간 부문 R&D 투자가 활기를 띤 반면에 정부 R&D 투자 성장세는 둔화됐다. 정부 전체 예산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4년 이후 4년째 내리막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국내에서 수행한 정부·공공, 민간분야의 연구개발 활동(연구개발비, 연구개발 인력 등)을 조사한 '2017년 연구개발 활동' 조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R&D 투자 세계 1위 수준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 비중은 전년 대비 0.32%포인트(P) 상승한 4.55%다. 역대 가장 큰 상승폭이다. 2위 이스라엘( 4.25%)을 크게 웃돌았다. 우리나라가 GDP 대비 R&D 투자 비중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은 3년 만이다. 2014년 4.3%를 기록하며 이스라엘을 0.1%P 차이로 앞섰지만 이후 2년 동안 1위 자리를 내줬다.

민간 기업이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민간 투자는 전년 대비 7조7184억원(14.7%) 증가한 60조643억원으로 전체 76.2%를 차지했다. 민간 R&D 투자 비중은 일본(78.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00년 2.2%에서 2014년 4.3%까지 오른 뒤 소폭 하락했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공과 민간을 모두 포함하는 국가 총 R&D 규모는 세계 5위권에 속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이 우리 앞에 있다.

정부 R&D 예산 추이. 자료:KISTEP
정부 R&D 예산 추이. 자료:KISTEP

GDP 대비 투자 비중 1위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다. 경제 지표가 악화된 가운데 우리 정부 R&D 투자 성장률은 수년간 내리막을 걸었다. 정부 전체 예산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4년 처음 5%를 찍은 뒤 2015년 제자리, 2016·2017년 4.9%에서 올해 4.6%까지 떨어졌다. 국회 심사에 들어간 내년도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는 4.3%로 또 한 번 하락했다. 그만큼 정부 R&D 지원이 뒷전으로 밀렸음을 의미한다.

R&D 예산 증가율도 지속 감소했다. 국가 R&D 예산은 2000년 들어 10%대 증가율을 유지했다. 2010년 13.7%로 정점을 이룬 이후 10%대 증가율이 깨졌다. 2015년까지 매년 5~8% 성장세를 이어 가다 2016년 정부가 '재정지출 효율화' 기조를 내걸면서 증가율 1%대로 곤두박질쳤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3%대로 올랐지만 전체 증가율 9%에는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는 최초 발표한 2006년 이후 12위에서 5위로 7계단 상승했지만 2017년에 7위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정부 R&D비 증액을 통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 성장 실현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과기계 관계자는 “GDP 성장 대비 민간 R&D 투자는 늘었지만 정부 R&D 투자 증가율은 지난 몇 년 동안 정부 예산 증가율, GDP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면서 “고비용·저효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R&D 투자를 과감히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에서 정부 R&D 예산이 처음 20조원을 넘어서고 증가율은 3%대까지 올랐지만 정부 예산 증가율이 9%인 점을 감안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R&D활동 조사는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1963년 최초 실시된 이래 매년 시행하는 과기 통계 조사다. 지난해 기준 공공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 6만여개 기관 대상으로 R&D 비용·인력 현황 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프라스카티 매뉴얼에 따라 조사·분석한다.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 통계는 확정치가 아닌 잠정치로 대체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