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제네시스 'G90' 출시 행사 대신 미국 LA오토쇼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가 LA오토쇼에서 월드프리미어(세계최초)로 공개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PALISADE)'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현대차 부진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미국 시장에서 내년 반전을 위한 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27일 업계 및 현대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현지시간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LA오토쇼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대형 SUV 팰리세이드, 소형 CUV 쏘울 신형 등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정 부회장은 당초 27일 국내에서 출시하는 제네시스 G90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2012년 기아차 'K9', 2015년 'EQ900' 등 브랜드 '기함'을 직접 챙겼다. 때문에 이번 G90의 경우 정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급히 LA오토쇼 참석 및 미국 시장 점검을 위해 미국 출국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올해 연이은 실적 하락이 미국 시장 판매 부진, 수익 악화 등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은 SUV, 픽업트럭 등 레저용차량(RV)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113만3497대를 기록 중이다. SUV(11.3%), 픽업트럭(4.3%) 판매 성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단 판매량은 394만여대로 10.7% 가량 감소했다. 판매비중 역시 SUV와 픽업트럭은 50.2%, 14.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포인트, 0.4%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반면 세단은 35.4%로 4.8% 포인트 가량 줄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혼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경쟁 브랜드 대비 SUV 라인업이 약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실제 현대차,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12개 차량 중 SUV는 코나, 투싼, 싼타페 등 3개에 불과하다. 다른 브랜드는 SUV 라인업이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서 SUV 라인업 부족은 현대차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55만4725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1.6% 부진한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는 SUV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1% 증가했지만, 세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6%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신차 효과로 SUV 판매 비중이 44.1%로 지난해(35.5%)보다 8.5% 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세단 판매 비중이 55.9%에 달한다.
현대차는 내년 팰리세이드를 미국 시장에 출시해 미국 SUV 라인업을 보강하고, 판매반전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이 이번 LA오토쇼 참석 이후 미국 시장 올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 판매 전략을 세우기 위한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팰리세이드는 국내, 북미 등 현대차 주력 시장에서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은 완전 새로운 SUV로, 브랜드 이미지, 판매 볼륨 등 다양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정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 성공을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