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 매각을 공식화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 롯데' 구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을 통해 지주사 체제 완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지배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롯데지주는 27일 그룹 내 금융계열사 가운데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정과 절차 등은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협의한다.
매각 대상은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각각 93.8%, 38.1% 보유한 주요 주주다. 롯데손해보험은 호텔롯데가 지분을 23.7% 가졌다.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는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따라 내년 10월까지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이후 매각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롯데카드의 경우 2002년 동양카드 인수 16년 만에, 롯데손해보험은 2008년 대한화재를 사들인 지 10년 만에 팔리는 것이다.
롯데지주가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지분에 이어 금융지주사 롯데캐피탈 등만 정리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들어맞는 지주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롯데캐피탈은 롯데손해보험 등과 달리 일본 주주가 많으며, 실적이 대체로 좋아 시간을 두고 매각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관계자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계열사 가운데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매각 대상 금융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큰 성장과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최적의 인수자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와 전략 방향을 같이하면서 롯데 임직원을 보호하고 존중해 줄 인수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매각은 내년 상반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은 향후 호텔롯데 상장에도 숨통을 틔어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롯데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 보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는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보다 상위에 있는 계열사다. 일본 광윤사,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야만 일본 주주 지분을 희석시킬 수 있어 일본롯데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등 호텔롯데 아래에 있는 주요 계열사의 지주사 편입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계열사 제3자 매각 결정으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뉴롯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주요 반환점을 돈 것으로 평가된다”며 “금융계열사들이 매각되면 호텔롯데 상장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신 회장의 차기 경영 구상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 주체가 누가 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드사는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유력 후보군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회사를 하나로 묶은 형태로 구매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를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지주 전환을 가속화한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시장점유율이 낮아 롯데카드와 합병할 경우 중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
KB금융은 자금 동원 능력이 풍부, 언제나 인수합병(M&A) 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과 1위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지주사가 아니면 외국계 자본이나 사모펀드 인수 가능성도 있다.
한편 롯데카드와 손해보험 대표는 27일 각각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매각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지금 시점에서는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인수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삶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