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과 8월 두 달 사이에 세 번이나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현장방문'이 3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8월 31일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현장방문 이후 네 번째 주제인 '공유경제' 규제 혁신 행보에서 막혔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와 지지층 반대, 신기술 적용에 따르는 사회 혼란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기존 사업자와 시민단체 주장에 휘둘리다가 규제 개혁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부터 8월 말까지 △의료기기 분야 규제 혁신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완화 △데이터경제 활성화 등 세 차례에 걸쳐 직접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 개혁과 관련해 가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특단 조치'로 문 대통령이 직접 주요 쟁점별로 한 과제씩 순차 해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7월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감한 규제 혁파와 혁신 성장 가속화에 주력하겠다”면서 “제가 직접 매달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해 규제 개혁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8월 31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 정책 발표 이후 현장 행보가 끊겼다. 현재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에 나선 상황을 감안하면 3개월째다.
4차 현장점검 주제는 일찌감치 '공유경제'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후 행사 일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택시·숙박업계의 거센 반발이다. 정부가 이들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공유경제를 구현하는 절충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택시업계를 설득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인 데다 반발이 격해지면서 현 정권의 지지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 세 차례 현장 방문에서도 원격의료, 은산분리, 개인정보 이슈 해결에 따른 잡음이 심했다. 시민단체 등 외부 입김에 흔들리면서 당·청 간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다. 공유경제는 지금까지 다뤄 온 이슈 가운데서도 적용 범위가 가장 넓어 더 큰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청와대 내부에서 공유경제와 관련해 일부 회의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혁신 사례가 과연 우리나라 지리 환경이나 국민 정서 등에도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기술 맹목 적용에 따르는 사회 부작용도 따져 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사회정책 비전인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와도 일맥상통하는 방향인지 살펴보고 있다.
현장 점검 형태 행사이다 보니 서비스 시연 등 한계도 따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개월 동안 규제 개혁에 전혀 나서지 않은 것이 아니다”면서 “유럽 순방에서 수소전기차 시연 등의 과정에서 규제 개선 의지도 내비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 수 있도록 정부가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기술 맹목 적용이라는 시각보다는 한국형 기술로 승화시켜 혁신의 씨앗이 여러 곳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할 때”라면서 “정부가 사회 갈등 이슈에 더욱 확고한 원칙과 방향으로 정교하게 조정하고 소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문재인 대통령 규제혁신 현장방문 현황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