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내년 전기자동차 목표 생산량을 올해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한 10만대로 잡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무게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바뀌는 흐름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계획대로면 내년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권 진입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과 관련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전기차 9만6000대를 생산 목표로 잡았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 4만대, 신형 '아이오닉 일렉트릭' 2만대를 기본 생산 목표로 했다. 기아차는 '니로EV'와 신형 '쏘울EV'를 합쳐 3만6000대를 생산한다. 현대차는 목표치를 주요 협력사와 공유했다.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다. 일부 인기 모델에서 추가 생산이 이뤄지면 연간 전기차 생산 10만대 고지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올해 목표 물량 약 4만대와 비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 현대차가 밝힌 생산 목표치는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내수 물량 각각 1만2000대, 3000대에 해외 물량을 합쳐 3만여대 수준이었다. 기아차는 니로EV와 쏘울EV 내수 물량 각각 3800대와 2000대에 수출까지 1만여대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차 모두 부품 업체와 내년 생산 물량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생산을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리지만 세부 수치는 확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생산 목표치를 크게 올린 것은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한편 매년 전기차 생산이 판매치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생산 목표량을 달성한 적은 없다. 판매 저조가 아니라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전기차 양산 초기다 보니 완성 단계에서 일부 구성품에 문제가 생기면서 생산이 지연됐고, 이후 매달 받기로 한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노조 파업도 생산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분야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이유로 전기차 생산이 지연되면서 목표 물량에 다소 못 미쳤다”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고, 미국·유럽 등 판매일이 확정한 만큼 목표 생산량을 채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전체 생산량 60~70%를 수출 물량으로 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내년에 출시하는 신형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기존의 배터리 용량(28㎾h)을 40㎾h로 늘렸다. 이에 따라 한 번 충전에 따른 주행 거리는 종전 191㎞에서 300㎞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기아차 신형 쏘울EV도 배터리 용량(30㎾h)을 두 배 늘린 64㎾h를 장착, 주행 거리가 5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쏘울EV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실내 공간은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 중간 크기로 설계됐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