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모서리를 휘어진 형태로 구현한 삼성디스플레이 엣지 패널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위협하는 중국에 넘어갔다. 이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 기술이다. 수원지방검찰청 인권·첨단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욱준)는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톱텍 대표 A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올해 4월 삼성으로부터 받은 플렉시블 OLED 엣지 패널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 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 산업 기술이자 영업비밀 자료를 자신들이 설립한 B 업체에 유출한 뒤 일부를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여 동안 삼성에서 받은 도면 등으로 3D 라미네이션 설비 24대를 C 업체에서 제작한 뒤 중국 업체에 16대를 수출하고 8대를 수출하려던 혐의도 있다. 이들은 삼성에 라미네이션 장비를 판매하다가 매출이 떨어지자 중국 업체에 먼저 접근, 돈을 받고 기술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에 3D 라미네이션 장비를 대거 납품하며 급속히 성장한 곳이다. 디스플레이 물류장비를 거래하는 협력사로 오랫동안 거래 관계를 유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3D 라미네이션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제작할 제조사를 찾다가 톱텍이 뛰어들면서 핵심 협력사로 떠올랐다. 장비를 독점 납품하면서 2016년 매출 3926억원에서 2017년 1조1384억원으로 단숨에 성장했다. 3D 라미네이션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6년 동안 1500억원을 투입, 개발했다. 스마트폰 한쪽 면이 구부러진 '엣지 디스플레이'를 실현한 핵심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엣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발전시켜 스마트폰 4개 면이 모두 구부러진 디스플레이까지 만들었다.
엣지 디스플레이는 좌우상하 부분의 구부러진 각도를 다르게 구현하는 기술 난도가 상당히 높다. 후공정에 속하는 3D 라미네이션 기술 난도가 높아서 초기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검찰은 이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 기술이자 첨단 기술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톱텍은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장비를 개발했다. 비밀유지 계약이 체결된 장비는 해당 계약이 만료돼야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통상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핵심 장비에 대해 3년에서 5년 동안 경쟁사에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계약을 맺는다. 해당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동일 사양 장비를 경쟁사에 판매하지 않는다. 경쟁사에 기술을 유출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한 것과 같은 설비를 중국에 수출하면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이익을 위해 위장 수출을 강행했다”면서 “수사에 대비해 차명폰과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등 조직 및 계획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날 톱텍 회장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중국에 수출한 장비는 당사 기술로 제작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산업기술 내지 영업비밀 자료를 중국 거래업체에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 등의 범죄수익금 전액을 환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당 기술 자료와 장비가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 만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지 우려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당장 톱텍과 협력 관계에 변화는 없다”면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물류 장비와 3D 라미네이션 장비 유지보수 업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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