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내수·수출 '三災' 몰린 국내 자동차 산업…“나아질 것 없는 내년”

내년에도 불황을 계속해서 겪을 것으로 전망

올해 생산·내수시장·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역대급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내년에도 불황을 계속해서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군산공장 폐쇄로 시작한 한국지엠은 연구개발(R&D) 법인분리 갈등에 이어 '철수설'까지 다시 돌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9월 만료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전자신문 DB)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전자신문 DB)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는 내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 미시간주 햄트램크,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사와 등 북미 5개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내년 말까지 해외공장 두 곳을 더 폐쇄한다. 다만 추가 폐쇄 공장 두 곳의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당초 GM은 내년 말까지 해외 공장 세 곳을 폐쇄할 예정이었다. 올해 2월 문을 닫은 군산공장이 첫 번째 대상이다. 때문에 나머지 폐쇄 예정 공장 두 곳 중 한국지엠 공장이 선택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해 10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3% 가량 감소한 7만4595대를 판매했다. 군산공장 폐쇄로 판매 차량이 줄었고, 주력 모델 변경 시점까지 겹치면서 판매 환경이 악화된 결과다. 이는 GM의 평강항목인 △시장장악력 △잠재수익률에 모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다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법인 설립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이 고조되면서 잠재적인 평가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법인분리에 제동을 걸면서 업계에서는 '철수설'까지 다시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닛산 SUV 로그 를 생산하는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닛산 SUV 로그 를 생산하는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또 다른 외국계 국산차 업체인 르노삼성차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올해 내수(-13.5%)와 수출(-16.1%) 실적이 부진한 것보다, 내년 경영 계획에 대한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2014년 8월부터 지금까지 닛산 SUV '로그'를 50만대 이상 위탁 생산해서 미국에 수출했다. 닛산 로그 위탁생산은 내년 9월에 만료되지만, 르노삼성차는 후속 차종에 대한 생산 수주를 하지 못한 상태다. 로그는 연 평균 12만~13만대 가량 생산돼, 르노삼성차 전체 생산량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로그와 같은 볼륨을 수주하지 못하면 '리바이벌' 프로그램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로그 후속 차종에 대한 수주 가능성도 녹록치 않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공장 8위에 해당하는 높은 생산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올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졌다. 임단협은 연내 타결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엔저로 일본공장 생산원가 하락도 르노삼성차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위기는 국내 산업에도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28만여대로 지난해보다 4.8% 가량 감소했다. 공장 폐쇄와 해외 판매 부진으로 수출 물량은 6% 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 공장 폐쇄로 군산 지역 경기가 무너졌고, 르노삼성차도 150여개 협력사를 두고 있어 내년엔 더 큰 위기가 몰려올 수 있다”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현대·기아자동차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같은 외국계 국산차 업체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