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3D프린팅이 결국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ESS와 3D프린팅 제품 공공조달 시장에 대기업 참여가 제한된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서 시장을 키워야 할 때 국내 기업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운영위원회'를 열고 내년부터 3년 동안 적용할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마무리했다. 중기부는 위원회 논의 결과를 정리, 이달 중으로 내년부터 3년 동안 적용할 중기간 경쟁제품을 지정·고시할 예정이다.
올해 신규 지정을 추진하는 제품 가운데에서는 논란이 큰 ESS와 3D프린팅이 각각 조건부로 지정됐다. ESS는 전력변환장치(PCS) 용량 기준으로 250㎾ 이하 제품 대상으로 지정했다. 3D프린팅은 시장의 50%까지를 조건으로 지정했다.
신규 지정 품목 가운데 함께 논란이 된 공기순환기는 산업 현황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지정보류로 결정됐다.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ESS와 3D프린팅 업계는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ESS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던 대기업은 내년 이후 사업 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ESS는 세계 유망 신산업으로 꼽히는 분야다. 테슬라, 비야디(BYD), 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LG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 중견기업이 적극 투자하는 등 기술 개발을 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기술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서 유망한 ESS 시장으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시장 진출이 제한되고, 이에 따른 투자 제한이 예상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신청된 이상 지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지정된다고 하니 안타깝다”면서 “조건부라곤 하지만 ESS 시장에서 PCS는 250㎾가 주력 제품이어서 조건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3D프린팅 분야도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으로 시장 확대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중견기업 신도리코가 참여하기 전 국내 3D프린터 공공시장은 95억원에 불과했지만 신도리코 참여 후 지난해는 195억원까지 규모가 두 배 이상 신장했다. 내년부터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으로 판로에 제한이 생기면 신도리코로서는 투자 유인이 사라진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ESS나 3D프린팅 같은)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충분한 산업 경쟁력 확보 없이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국내 산업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분에 매몰돼 시장과 산업을 키울 기회를 놓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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