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다양한 초고순도 특수가스가 사용된다. 민감한 공정 특성상 제조 수율에 있어 순도 유지는 필수다. 특수 표면 처리한 배관(튜브)이 필요한 이유다. 저장고에서 반도체 공정라인까지, 제조장비 내 곳곳을 연결하는 일종의 혈관이다.
아스플로(대표 강두홍)는 과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공정용 고청정 강관을 국산화 개발, 국내외 주요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 제조업체에 공급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기술혁신개발사업 성공적인 수행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강두홍 아스플로 대표는 반도체 산업 시장 성장성을 내다보고 부품소재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들어가는 각종 튜브, 파이프, 밸브. 레귤레이터, 필터 등을 국산화해 수천억원 규모 수입대체 효과에 일조했다.
정부 과제를 바탕으로 6㎜ 두께 관 안쪽을 거울처럼 매끈하게 처리하는 기술 개발에 도전, 사업화까지 성공했다. 독자적인 전해연마(일렉트로폴리싱) 표면처리 기술 등 확보로 제품 성능과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 50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6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공장 2단계 수준으로 신규 제조라인을 꾸리기 위해 내년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반도체 공정 설비용 부품에 이어 장비용 튜브와 필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부품 공급사로도 등록했다. 국산화 대체가 상당 부분 이뤄진 설비 부품과 달리 반도체 장비용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여전히 20%대에 불과하다.
중기부·기정원 기술혁신개발사업 수행으로 개발한 반도체 공정용 디퓨저 멤브레인(필터)도 완성 단계다. 가스 튜브 연결부에 누출을 방지하는 메탈 가스켓 안쪽에서 순간적인 압력을 분산하고 미세한 불순물을 걸러내는 부품이다.
금속분말을 가는 튜브 형태 필터로 성형, 도자기를 굽듯 소결 작업을 거쳐 제조한다. 플라스틱 튜브 같은 겉모습과 달리 나노급 입자를 걸러내는 다공성 금속 필터다.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진공 상태가 순간적으로 해지될 때 음속을 넘는 속도로 유입되는 가스를 넓게 분산 시켜 충격을 완화한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이다. 아스플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우선 일본 업체와 양산 공급을 협의 중이다. 해외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 공급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아스플로 제품으로 수입 대체가 이뤄질 시 국내 반도체 산업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수소 관련 부품소재 사업 진출도 계획 중이다. 극고압인 수소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정부과제로 6년간 개발했다. 수소자동차에 들어가는 탱크나 수소 공급 충전소에 필요한 부품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다봤다.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뿐 아니라 수소, 정유, 바이오 시장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박만호 아스플로 연구소장은 “매출 5%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며 “매년 3~4건 정도 수행하는 정부 과제도 단순 연구개발로 끝나는게 아니라 반드시 매출을 낸다는 목표로 임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