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증권가는 이번 인상이 내년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 마련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금리인상 횟수는 1회 이하로 점쳤다. 한은도 반도체 수출을 포함한 내년 경기가 어두울 것이란 전망에 동의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P) 올렸다.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 1년 만이다.
'금융 불균형 누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 불균형 누증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0.25%P 인상하게 됐다”며 “소폭이긴 하지만 조정이 일어났기 때문에 재정 정책과 복합적으로 금융 불균형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금리를 올렸음에도 내년 경기 하방압력이 크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신인석, 조동철 두 위원은 하방압력을 이유로 '기존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통상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서야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하지만 설비투자·건설투자 감소 등으로 한은조차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내린 바 있다. 경기 둔화 측면임에도 가계부채에 떠밀려 '금리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태근 삼성증권 WM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현재 성장률 전망으로는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은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미국이 금리를 3~4%대까지 올린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내년에 금리를 동결하거나 혹은 한 차례 인상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강승원 NH증권 연구원도 “이르면 내년 4월, 늦어도 내년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전망된다”며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추가 하향 조정이 단행된다면 사실상 경기 하향국면이기에 금리인상은 불가능하다”고 관측했다.
한편 한은은 내년 경기는 지속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서비스업 등의 업종 부진이 예상된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