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 ADHD 한 종류일 수 있어" 첫 연구 결과 나왔다

게임에 깊게 몰입하는 현상이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일부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년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장애 독자 질병화 등재를 놓고 실제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의준 건국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보고한 '게임이용자패널 4차 연도 연구'에서 “순수 인터넷게임장애(IGD) 그룹과 ADHD 공존 IGD 그룹 사이의 예후에 따른 뇌 연결성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우울증 공존 질환에 따르는 IGD의 예후는 다른 패턴으로 보인다”면서 “IGD가 ADHD 아형 질환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4년 추적 검사에서 건전한 게임사용군과 게임 과몰입 환자 군 사이에서 (뇌) 해부학상 변화 차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상에서 게임장애와 다른 질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중앙대와 서울대가 해당 프로젝트 임상연구를 맡았다. 4년 동안 게임장애군과 선용군 461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진행했다.

WHO는 2019년 5월 게임장애를 독자 질병으로 등재하는 안건을 총회에 올린다. 통과가 유력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한국도 이를 곧장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준 건국대 교수는 “(ADHD 등) 선행질환 결과로 게임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진 다음 질병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신중성을 보였다.

게임장애 진단기준. 사진=전자신문SB
게임장애 진단기준. 사진=전자신문SB

게임장애가 수년 동안 장기 지속되는 비율은 약 5%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해 온 연구에서 총 1981명 패널 가운데 1년차에서 4년차까지 게임과몰입을 유지한 사람은 109명이었다. 이 기간 과몰입에서 일반군으로 이동한 패널은 73명, 일반군에서 과몰입으로 이동한 패널은 169명이었다. 정 교수는 “청소년기는 변화무쌍한 시기로, 과몰입 증상을 1년 이상 이어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부모 심리 상태나 의사소통 빈도도 게임과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체로 일관된 패턴으로, 일반군이 과몰입위험군에 비해 부모와 자녀 간 개방된 의사소통이 높았다.

일반군보다 과몰입위험군 부모의 게임 인식이 부정 형태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여가 시간 평균은 일반군이 과몰입위험군에 비해 높았다.

연구팀은 “자녀의 게임과몰입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양육 행동이 애정에 기반 해서 일관될수록 긍정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자녀와 함께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게임장애와 과몰입은 스마트폰, 인터넷 등 여러 분야와 관련된 중요한 사회 의제”라면서 “섣부른 질병화 등재는 비유하면 잘못이 확정되기도 전에 감옥에 보내는 것과 비슷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