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e커머스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다. 전체 거래액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커머스가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산업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기존 e커머스 업계는 물론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까지 모바일커머스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유통 강자 롯데와 신세계는 온라인 영토 개척에 본격 나섰다. 홈쇼핑, 포털, 스타트업도 차세대 e커머스를 표방하며 뛰어든다. e커머스 주도권을 둘러싼 유통업계 전면전이 예고됐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집계된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9조7554억원이다. 9개월 만에 지난해 총 거래액 78조2273억원을 1조원 이상 넘어섰다.
올해 거래액이 월 평균 약 9조원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산술로 따질 때 연말까지 10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과도한 출혈 경쟁과 시장 포화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연 평균 20%를 넘나드는 성장을 거듭했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새해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1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커머스는 e커머스 시장 규모를 키운 촉매제로 작용했다. 모바일은 e커머스 전체 거래액에서 60% 이상 거래액을 차지했다.
오픈마켓, 종합쇼핑몰 등 기존 업체들은 상품 구색·서비스 다양화, 물류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며 수요층을 확대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확충하며 시장 파이를 키웠다.
새해 e커머스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던 과거와 달리 전국 유통망 및 오프라인 기반 상품 경쟁력을 갖춘 유통 대기업, 막대한 상품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인터넷 사업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경쟁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까지 업종 구분 없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상 같은 고객을 놓고 생존을 위한 소비자 쟁탈전을 벌이게 됐다.
각 업체는 유료멤버십, 간편결제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채널 충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융합 서비스를 선보이며 신규 수요 창출에 속도를 낸다.
매일 상품을 사고파는 거래가 발생하는 유통 시장은 타 산업에 비해 빠르게 신기술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다. 유통가는 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기반 융합 서비스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연계(O2O) 및 공유물류 등을 속속 선보이며 기술 경쟁에도 합류했다.
e커머스 업체 간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짙다. 대형 업체를 흡수하면서 단숨에 '빅 플랫폼'으로 올라서는 전략이다. 실제로 내년 상반기에 e커머스 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인 신세계그룹은 최근 1조원 투자 자금을 유치하면서 시장 상황과 필요에 따라 M&A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