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미국에 스마트폰을 수출한다. 과거 일부 기업이 러기드폰 또는 PDA 등 특수 단말 일부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한 사례와 달리 이 중소기업은 자체 브랜드로 현지에 출시한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을 제외하고 미국에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제조사 씨모바일은 미국 이동통신사와 2.8인치 폴더형 휴대폰, 5인치 저가형 스마트폰 각 100만대 공급에 합의했다고 4일 밝혔다. 이와 별도로 다른 미국 이통사에는 5인치 저가형 스마트폰 100만대 공급도 확정했다.
씨모바일은 미국 이통사와 4월부터 정식 판매하는 일정을 조율했다고 덧붙였다.
한재성 씨모바일 대표는 “새해 1월 말 휴대폰 양산을 목표로 경북 구미 공장에 추가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2월에 선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모바일은 5인치 스마트폰 기준으로 대당 40달러 초반 가격을 미국 이통사에 제시, 대량 공급이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대당 이익이 크지 않지만 연간 300만대라는 대규모 공급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씨모바일이 공급하는 단말기는 현지에서 저소득층 지원 사업 '라이프라인폰'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라이프라인폰은 이용자 생계 유지 목적으로 제공되는 단말기로, 출고가가 아주 저렴하거나 무료다.
미국 라이프라인폰 이용자는 연간 1000만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국 ZTE 저가용 휴대폰이 사실상 독점했다. ZTE 연간 미국 휴대폰 수출 물량인 약 1800만대 가운데 상당수가 라이프라인폰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제재로 ZTE는 공급이 차단됐다.
ZTE가 장악해 온 라이프라인폰 시장 일부를 씨모바일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씨모바일은 정보통신제품 기획·마케팅업체 베인스와 협력, 국내외 사업을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씨모바일은 노키아·교세라 등과 사업 협력을 지속했고, 지난해 '핑키폰'이라는 스마트폰 브랜드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 대표는 “미국 수출을 계기로 ZTE,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글로벌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에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면서 “단말기 부품 업체까지 감안하면 고용 창출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