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다.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허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했다고 5일 밝혔다.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진료 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다. 원 지사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 '불허 권고' 취지를 반영, 의료 공공성 약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제주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 허가 취지와 목적을 위반하면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건부 개설 허가 이유로 국가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 재도약,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들었다.
현재 병원에 채용된 직원 134명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 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 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로의 전환 불가 △비상이 걸린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도 조건부 허가 이유로 덧붙였다.
복지부는 2015년 12월 제주도가 요청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제주도가 개설 허가를 신청하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제주도는 개설 허가를 놓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면서 공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 동안 도민과 숙의 토론,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다. 당시 찬성 38.9%, 반대 58.9%로 위원회는 불허를 권고했다.
의료인 단체는 위원회 권고에도 영리병원 개설 허가한 것에 강력 반대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의료 영리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외국 투자 자본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은 환자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한 운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면서 “외국의료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국내 의료시장에 진입해 국내 의료체계를 왜곡한다면 피해는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녹지국제병원은 지역 주민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피부·성형 병원일 뿐”이라면서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리병원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며, 궁극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