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경기도 고양에 초대형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기존 물류 거점에 집중된 물동량을 분산시켜서 배송 효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대표 직매입 서비스 '로켓배송' 영역을 확대한다. 최근 2조5000억원 규모 자금을 신규 수혈한 쿠팡의 e커머스 물류 혁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유통·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새로운 물류센터 부지를 확보했다. 고양센터는 약 4만평(13만2231㎡) 규모다. 국제축구장 17개를 합친 면적이다. 현재까지 쿠팡이 구축한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넓다. 인천과 덕평(경기도 이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3만평 규모 '메가물류센터'를 1만평 이상 웃돈다. 쿠팡은 현재 고양센터 가동을 위한 유·무선 네트워크 관련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쿠팡은 고양센터를 새로운 로켓배송 '발사대'로 활용한다. 최근 로켓배송 수요가 늘면서 이를 소화하기 위한 물류 인프라 확충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 경기도 덕평과 광주, 서울 장지, 경북 칠곡 등지에 10여개 물류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로켓배송 상품 수는 이달 기준 483만개다. 이르면 연내 500만개를 돌파한다. 평균 5만~8만개를 취급하는 대형마트 온라인몰을 압도한다. 하루 배송되는 로켓배송 상자는 약 100만개다. 지난 9월에는 누적 배송 10억개를 돌파했다.
쿠팡은 최근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이튿날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새벽프레시', 신선식품을 몇 시간 만에 받을 수 있는 '로켓프레시'를 선보였다. 고양센터를 가동하면 경기북부를 비롯한 인접 지역 거주 고객의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쿠팡은 고양센터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고양은 수도권에 위치한 데다 김포공항, 인천국제공항과도 근거리다. 일일 배송 시스템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감안하더라도 지리상 이점이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풀필먼트는 판매 상품 적재부터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체계다. 미국 아마존이 도입한 개념이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물류센터는 단순한 배송품 집하소·터미널 역할에서 벗어나 실질 판매 허브로 활용된다.
쿠팡은 앞으로 전국 주요 지역으로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직접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물류 흐름을 관리하면서 한층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객 경험이 플랫폼 충성도로 이어진다는 것이 쿠팡의 판단이다.
쿠팡은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물류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재무 부담도 크게 줄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투자 유치 당시 물류, 데이터, 결제 플랫폼을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e커머스 업계 물류 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앞 다퉈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배송 경쟁력이 시장 점유율과 직접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기존 e커머스 업체는 물론 대형마트 등 유통 강자가 최근 몇 년 동안 물류 거점 구축에 속속 나선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은 가격·상품과 함께 e커머스 시장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면서 “물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 고도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