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우여곡절 끝에 지역 노동계와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가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다시 답보상태에 빠지게 됐다.
광주시가 협상안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삭제하고, 현대차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노동조합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투자타당성 조차 불투명한 사업에 뛰어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5일 광주시가 '노·사·민·정협의회'에서 합의한 완성차 공장 투자 협상 최종 협약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 의장 등은 이날 오후 3시께 협의회를 열고 현대차와 합의한 △주 44시간 근무 △초봉 3500만원 △연간 10만대 생산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 전까지 신설법인 상생협의회(노사협의회) 결정사항 유효 등 4대 원칙에 대해 최종 논의했다. 현대차는 다른 조항에 대해서는 원안을 고수했지만, '5년간 단체협상 유예' 조항에 대해 누적 생산 35만대 수준으로 양보했다.
하지만 광주시 노동계는 '누적 35만대 생산 시까지 임단협 유예' 조항을 놓고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삭제한 대신 2~3개 조정안을 마련해 현대차와 재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결국 광주시는 '35만대 달성까지' 조항을 삭제하고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유효기간을 두도록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광주시가 노사민정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에 대해 받아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측은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당사에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변경시키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광주시가 '의결사항 수정안 3안'이 현대차의 당초 제안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6월 투자 검토 의향의 전제조건으로 광주시가 스스로 제기한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 주요 내용이 수정된 바 있다. 이번에도 전권을 위임받은 광주시와의 협의 내용이 또다시 수정·후퇴하는 등 수없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현대차는 절차상 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현대차 측은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