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화재로 야기된 통신장애 사태는 국민 쇼크를 유발했다. 서울 인구 3분의1 이상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국민 생명과 안보까지 위협하는 국가 재난사태로 비화됐다. KT에 1차 책임이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KT 아현지사 화재는 국가기반 시설인 통신 재난 대응체계와 관련해 정부와 사회의 미숙한 대응체계가 여지없이 드러난 사회 재난으로 봐야 한다.
KT 아현지사 화재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망 안전을 위한 '예방주사'가 돼야 한다. 예산과 제도, 대응체계 등 현황이 적합한 지 3회에 거쳐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1〉국가통신재난 관리예산 '3억원'이 전부···확대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난 관리 예산 중 KT 아현지사와 같은 물리적 통신망 피해를 예방·대응하기 위한 예산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정부에 따르면, 물리적 통신망 재난과 연관된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재난관리' 예산은 3억1500만원에 불과하다. 중계기 등 유사시 설비를 지원하고 기초 인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과기정통부 재난관리예산 2039억원 중 대부분은 원자력안전 연구개발(R&D)(400억원), 정보보호 R&D(617억원), 해킹·바이러스 대응(229억원)에 집중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재난 관리예산은 13억3000만원이 편성됐지만 유사 시 인력관리 예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상시 방송중계기 대응이나 자막 방송 등 방송 인프라 위주다.
KT 아현지사와 같은 통신구 화재 또는 통신선 단절 같은 물리적 통신 피해는 예산관리 체계상 제대로 분류조차 돼 있지 않았다.
정부 '재난·안전사업 및 예산 피해유형'에 따르면 '정보통신 사고' 재난 예산은 사회재난 중 국가기반체계 침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세부 관리내용은 해킹, 바이러스와 우주전파 재난, GPS전파혼선 사고에 집중된 실정이며, 통신망 물리 절단 등을 규정하는 항목은 아예 없다.
하지만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피해 규모는 막대했다.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피해는 물론, 군 통신선이 두절되고 119가 불통돼 생명을 잃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방송통신재난 관리예산이 3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통신선 단절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거대한 재난 피해에 대해 국가 차원 관심과 예방 의지가 미흡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기정통부는 5G 네트워크를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물리적 안전에는 무관심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통신망을 국가기반시설로 관리하면서도 정작 물리적 피해 예방 등 활동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공적 책임을 민간기업에만 전가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통신재난 예산과 분류 체계에 대해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통신망 관리를 심각한 재난 유형으로 인정하고, 긴급 통신 백업 인프라와 인력확보를 위한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19년 예산 심사기간 중 KT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해 통신망 보호에 대한 문제의식 반영하기 어렵게 된 게 사실”이라면서 “통신재난 예방·관리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표〉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난관리 예산 주요항목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