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기업 인수합병(M&A) 때 데이터 독점이 발생하면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치와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초 밝힌, 신산업 분야 기업결합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 유형을 심사 기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해 '기업결합 심사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도 상품으로 취급해 M&A로 시장 경쟁에 제한을 받는다면 엄격한 기업 결합 심사를 하겠다는 게 골자다. 아직 상품이 출시되지 않은 연구개발(R&D) 단계 혁신 산업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공정위는 “데이터가 특정 기업에 독점되는 상황을 방지해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독점 행위를 막겠다는 공정위 취지에는 백번 공감한다. 데이터 독점으로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하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을 겨냥,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 규제는 데이터가 신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보완책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맞물려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다. 국내에서 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 이슈와 같은 강력한 규제와 맞물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마이 데이터' 사업처럼 비식별 데이터 형태로 변형해서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여전히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시장도 만들어지기 전에 부작용을 우려해서 규제라는 칼날을 들이댄다면 기업과 시장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데이터 산업은 규제로 꽁꽁 묶여 있어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데이터 산업은 지금 규제보다 오히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담당 부처에서 공정위 개정안에 우려를 표한다면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한다.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해서 제도를 보완해야 불필요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