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마저 주춤 … 산업 부처에 힘 실어야

공정위 '빅데이터 규제' 신중해야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산업마저 불확실성에 주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투자 축소 조짐을 보이면서 후방 생태계인 장비·소재업계가 숨죽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당초 예정한 평택 공장 2층 D램용 장비 입고를 지연하자 위기감마저 번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시황을 지켜보며 장비 기업과 입고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올해보다 투자 지출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미세화 공정 전환을 제외하곤 대규모 장비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내외 요인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잘나가던 반도체 업계도 탄력 운영을 통한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최근 인사에서 임원 승진 폭을 좁혔다. 내년 경기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신호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혹독하게 들려올 것이 분명하다. 반도체 후방산업계는 생사 갈림길에 서 있다.

디스플레이에 이어 마지막 보루로 여겨 온 반도체마저 전·후방산업 모두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한국 산업 전반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꾸려 나가겠지만 생태계상 후방산업 중견·중소업계는 앞이 안 보인다.

잘나가던 반도체 산업마저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는 기댈 곳이 없어진다. 지난 2년 동안 경제·수출 지표를 지탱해 온 산업마저 버티지 못하면 현 정부 경제·산업 정책에 대한 의구심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산업 부처가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육성 정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 부처 힘만으론 역부족이다. 악화된 상황을 산업 부처 탓으로 돌리려 해서도 안 된다. 주요 결정은 위에서 떨어지고 그 범주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져선 해답이 없다. 실무 부처가 움직일 수 있는 힘과 여지를 줘야 한다. 더 이상 큰 그림만 그릴 수 없다. 산업 밑바닥 작은 것부터 꼼꼼히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