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화웨이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화웨이를 향한 의심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2011년 화웨이의 미국 기업 쓰리콤과 3리프 인수를 반대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인민군 출신이라 중국 정부와 유착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화웨이가 기업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아 연구 개발이 곧 중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2011년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가 미국 전역 긴급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이 미국 통신시설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미국 의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2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가 미국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원은 “화웨이는 기업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뚜렷하고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국가지원을 받기 위해 중국 정부에 계속 의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사내에 공산당 위원회를 설치·유지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위원회 성격과 기능을 밝히는 걸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미국 기업이 화웨이 통신장비 구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때부터 화웨이의 미국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화웨이가 보안에 문제가 없으며, 중국 정부와 관련이 없다고 피력했지만 소용없었다. 2013년 화웨이 임원이 미국 통신 시장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공격은 계속됐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화웨이가 중국 당국에 비밀 첩보를 제공하는 스파이 활동을 벌여왔다”고 폭로했다. 화웨이는 근거없는 모함이라며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미국와 화웨이 갈등은 우리나라까지 번졌다. 2013년 LG유플러스가 LTE기지국 장비 공급업체로 화웨이를 선정하자 미국 정부가 보안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에 들어가면서 화웨이에 대한 공세는 급물살을 탔다.
AT&T 등 이통사가 미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게 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 구입에 연방정부 보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사기밀 보호를 위해 군 복무자 전원이 화웨이 휴대폰을 사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 정부는 2016년 이란 등 제재 대상 국가에 수출금지 품목을 판매한 중국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돌입했다. 미국은 ZTE와 미국 기업과 거래를 7년간 중단하는 내용의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휴대폰과 네트워크 장비를 북한과 이란에 불법 수출했다고 밝혔다.
핵심 부품 대다수를 미국 기업으로부터 수입했던 ZTE는 폐업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후 미 정부는 ZTE에 11억9200만달러(약 1조3702억원)의 벌금 부과하면서 제재를 해제한다. 미국이 미중무역 지렛대를 이용해 중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 역시 ZTE 사건과 비슷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동맹국에 화웨이 5세대(5G) 장비 사용금지를 요청했다. 미국 관리는 중국이 5G 장비로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통신망을 불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일본 등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동맹국에 보안 문제를 제기한 것은 화웨이에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부회장의 석방을 요구했다. 만약 석방하지 않으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