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런정페이 회장 딸 멍완저우 체포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을 고려할 때 최근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5G 산업을 선도하는 화웨이가 미국의 타깃이 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미중 무역전쟁 본질이 5G는 물론 주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로 도약하려는 중국과 기존의 우월적 지위를 사수하려는 미국과의 '기술 전쟁', 궁극적으로 21세기 초강대국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패권 다툼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에 뒤진 美 5G”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4월 '글로벌 5G 경쟁' 최종 보고서를 발표, 미국이 세계 기술 진보를 선도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주요국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분배와 정부 정책, 상용화 수준 등을 종합 검토한 결론은 미국이 중국과 한국에 뒤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5G 상용화 경쟁에서 가장 앞선 이유로 '강력한 정부 주도 정책'을 손꼽았다.
중국 정부 지원 아래 화웨이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30% 이상을 장악했고 5G 특허 23%인 61건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매년 매출 15%에 이르는 132억달러(약 15조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세계 각국 14개 R&D센터에서 8만여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정보기술산업부(MIIT) 주도로 '중국제조 2025' 등 정책을 통해 '명백히(explicitly)' 5G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와 독일, 일본, 러시아, 싱가포르, 한국, 영국 등 5G 상용화를 추진하는 주요국에서 시범서비스 파트너로 화웨이를 선택했다.
화웨이를 배제한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정도다. 독일은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보다폰 3사가 모두 화웨이를 채택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이 세계 5G 시장을 장악할 것이고, 이는 미국과 동맹국 이익,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게 미국 시각이다. 미군 주둔 국가에서 민감한 정보가 도청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동맹국에 화웨이 5G 장비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은 7일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 첩보기관”이라고 비난했고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은 “화웨이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치고 나가겠다는 中···미국엔 '공포'
5G 갈등 이면에는 '미-중 기술패권' 다툼이 숨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제조업 강국' 비전을 담은 '중국제조 2025'에 대해 미국이 느끼는 두려움은 크다.
중국제조 2025는 10대 전략 산업에서 2025년까지 자급률 70%를 달성, 제조업 강국에 들어선 이후 2036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이 분야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10대 전략 산업에는 통신장비와 반도체, 로봇, 항공우주, 전기차 등이 담겼다.
중국 야심은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등 기술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곧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으로 인식한다.
허드슨 연구소의 아서 허먼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이 되기 위한 기술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1세기를 지배하기 위한 투쟁 결과는 슈퍼컴퓨터와 반도체, 인공지능, 5G, 양자컴퓨팅 5대 첨단기술 경쟁에 달렸다”면서 “이는 자유시장과 국가주의 대결”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은 화웨이 CFO 체포 소식이 캐나다에서 나온 시점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IBM 등을 불러 모아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5G 등 첨단 기술에서 미국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미·중 5G 갈등이 깊어지면서 한국도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수혜주로 거론된다.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4%대에 불과한 삼성전자는 5G 장비에서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화웨이와 ZTE 휴대폰이 미국에서 철수함으로써 삼성전자와 LG전자 5G 스마트폰 판매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