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던 양국 관계가 화웨이 설립자 딸 체포를 계기로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미·중 간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백악관은 화웨이 설립자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 체포가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유감 표시는 물론,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는 등 격앙된 반응이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화웨이가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반한 거래에서 이란에 접근하기 위해 유령 업체를 동원하고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멍완저우 체포에도 양국 무역협상이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멍완저우 체포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올린 글이라는 점에서 무역협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화웨이가 이란 제재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무역협상과 별개로 국가 안보와 미국 법 문제”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90일 안에 많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좋은 조치가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을 연장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언급했다.
중국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청두, 후난, 산시 등 중국 전역에서 미국산 불매 운동과 화웨이 지지 운동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선전 소재 멍파이 기술그룹은 애플 아이폰을 구매하는 임직원 상여금을 깎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제품 설계 시 화웨이 반도체를 우선 적용하고 사내 컴퓨터나 차량도 미국산을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중국은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멍완저우 부회장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 부패 혐의 적용 등 보복 조치를 불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 통신 장비 업체를 불신했다는 보고서가 확인돼 주목된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10월 발간한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제기하는 미국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 이들을 '위협 그 자체'로 묘사했다.
보고서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관계를 숨기기 위해 기업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화웨이가 중국 정부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첨단기술을 훔치기 위해 미국 기업 지식재산권을 상습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거래 의혹도 공식 제기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거듭되는 의혹에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다.
갈등 중심에 위치한 화웨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카드로 좀처럼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