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에 이어 상용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질주하고 있다. 고속 성장 배경에는 최대 4000만원에 이르는 주유상품권이 있다. 복수의 수입 상용차 업체가 국산 상용차와 3000만~4000만원 수준인 제품 가격 차이를 주유상품권 증정으로 편법 보상하는 등 판매 확대에 나섰다. 주변에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주유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 주는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10일 상용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 만, 메르세데스-벤츠, 스카니아 등 대다수 수입 트럭 업체가 신차 구매 고객 대상으로 20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에 이르는 주유상품권을 증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판매하는 수입 대형 트럭 가격은 모델에 따라 1억원 이상이며, 주유상품권 증정으로 제공하는 비공식 할인율은 20~30% 수준에 이른다. 주유상품권 혜택을 적용하면 수입차와 국산차는 구매 가격에 큰 차이가 없어지는 셈이다.
상용차 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대다수 수입 트럭 업체가 현금 할인 대신 주유상품권을 제공, 신차를 비공식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업체 간 할인 경쟁이 격화되면서 해마다 주유상품권 증정 액수가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체들이 현금 할인 대신 주유상품권을 증정하는 것은 현금 거래 시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 프로모션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공개 마케팅보다는 암암리에 이뤄지는 개별 구매 상담 과정에서 제공된다.
대당 가격이 1억원이 넘는 대형 트럭 구매자 사이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주유상품권은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주유상품권 액수가 커지자 일정 금액 수수료로 받고 이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는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업체를 통해 주유상품권을 현금화한 구매자들은 이를 차량 운행에 필요한 영업용 번호판 구매나 취득·등록세 납부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계는 할인 정책 적극 전개를 바탕으로 경기 침체와 국내 상용차 시장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홀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1~11월 수입 상용차 상위 5개사는 3712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했다. 업계 1위 볼보는 7.0%, 만은 10.6% 각각 판매를 늘렸다.
반면 국산차 업체는 경기 침체와 수입차 공세에 밀리는 등 부진한 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 현대차와 타타대우상용차 트럭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최근 현대차는 전주공장 트럭 생산 라인 시간당 생산량을 기존 12.39대에서 8대로 약 4.39대(35.4%) 줄이기로 노사 간에 합의했다. 생산 감소로 일손이 남는 직원 300여명은 다른 생산 라인이나 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타타대우차도 군산공장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면서 재고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상용차 업체 관계자는 “국산차를 고집하던 고객조차 최근 신차 구매 시 수입차를 택하고 있다”면서 “국산차도 수년째 제품 가격 동결을 이어 가고 있지만 더 이상 수입차와 가격을 놓고 경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